타임오브제 시리즈 #01
나침반(compass) : 물리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 자침(磁針)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이용하여 만듦.
중학교 시절, 보이 스카우트로 고성 세계잼버리 대회에 참여하여 처음으로 산속에서 일주일간 야영을 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강렬한 기억은 비 오는 날 야영으로 인해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었기 때문이다. 최근 파행 사태를 겪은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대한 뉴스를 보며, 예전의 안 좋은 기억이 다시 떠오를 정도로 그 당시 강원도 산속에서의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입원 사건 외에는 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잊히지 않는 건 숲 속에서 보물 찾기를 했던 기억이다.
솔직히 그때 어떻게 보물을 찾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침반과 지도를 이용하여 꽤나 많은 시간 동안 헤매고 나서야 찾았다는 건 기억난다. 항상 북쪽을 향하는 나침반의 바늘을 기준으로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목적지를 찾아다니던 제 모습이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러한 추억을 함께한 나침반을 잼버리 대회 이후에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며 남향인지를 확인할 때 가끔 사용했을 정도로 한동안 존재를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지 오늘, 다음 주에 제출해야 하는 제안서 작업으로 연휴를 반납하고 꿀꿀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선반 위에 놓여 있는 나침반이 눈에 들어왔다.
자석에 끌리듯 다가가서 손에 들고 먼지를 털어내고 뚜껑을 열었을 때였다. 요사이 업사이클링 관련 작품 제작, 전시회, 수업 등 부케 활동을 하며 개인적 즐거움에 푹 빠져있던 나에게 "야! 불만 가지지 말고 본업에 충실해! 딴 데 한눈팔지 말고 한 길로 잘 다녀!"라고 질책을 하는 듯이 바늘이 어김없이 북쪽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나는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불평 말고
어차 피해야 할 일이면 해버리자
해버리고 또 신나게
아이디어 생각하고 만들면 되지!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나서 책상에 앉아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요즘은 핸드폰에 디지털 나침반이 탑재되어 있지만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나 혼자뿐일까?
아무래도 아날로그 나침반이 주는 오브제 감성이 오늘 나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삶의 방향과 갈 길을 다시 잡아준 것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 시설 제게 보물을 찾아주었던 나침반이 이제는 타임오브제가 되어 불혹을 살아가는 나에게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주옥같은 지침을 찾아주었다고 믿는다.
여러분도 나침반이나
비슷한 의미를 지닌 타임오브제를
가지고 계신가요?
p.s 이 글을 빌어 당시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보이스카우트 활동의 추억을 남겨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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