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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간기록

시음(試飮)처럼 시음(始音)을 즐기다

순간기록#007

by 변신네모

보통 시음(試飮 : 술이나 음료수 따위를 맛보기)이라고 하면

슈퍼마켓 등에 홍보용으로 마련된 시식 코너의 음식이나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에 곁들여 마시는 와인 등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와인을 첫 개봉해서 와인잔에 조금 담아 빙빙 돌려 향을 맡고 와인을 조금 마셔 음미하는 시음(試飮) 행위는 와인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대부분 행하하는 일종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와인을 좋아하면 시음 행위를 자주 즐겼겠지만 아쉽게도 알코올이 몸으로 들어오면

금방 얼굴이 붉어지는 나로선 이러한 의식을 즐길 기회, 아니 시간을 만들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다른 방법의 시음 행위를 즐기고 있다.

바로, 좋아하는 음악 또는 가수의 새로 발매된 LP를 사서 개봉한 후, 처음 듣어보는 시음(始音)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90년도 말즈음 끊겨버린 LP 제조 및 발매로 인해 10년 전만 해도 중고가 아닌 새 LP를 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2015년도 전후로 레트로 트렌드 열풍가 MZ세대의 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새 LP가 발매가 증가하면서 포장된 비닐을 조심스럽게 벗겨 처음으로 LP판 소리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LP 하면 떠오르는 지지직 소리나 플레이 도중 같은 음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튀는 현상이 없는 첫 개봉 LP 판의 소리는 실제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기 어렵지만, 비유하자면 마치 생맥주를 시키고 첫 잔을 들이켤 때의 시원함과 콜라의 뚜껑을 따고 처음 마실 때 느끼는 톡 쏘는 탄산의 맛과 비슷하다.

여기에 조금 더 감성적인 표현을 더하자면 첫 만남, 첫사랑, 첫 경험이 내포하고 있는 최초라는 의미가 주는 설렘을 개봉 전에 느낄 수 있다.


최근 개인 작업공간을 만들면서 LP판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를 업그레이드했기에 가끔 찾아오는 LP 시음 기회는 나에게 행복을 주는 행위이자 소중한 의식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나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고 내게 의미 있는 사람들과
새 LP 시음을 함께 즐기는 날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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