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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간기록

일부러 나이테 보여주기(ver. 안물안궁)

순간기록 #010

by 변신네모

최근 시작한 모임을 갔다 온 다음날 출근길,

문득 어제 만난 다양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나무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Y님은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L님은 화려한 꽃을 피우는 벚나무, K님은 달콤한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

곧이어 그들이 들려주던 인생 스토리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투시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투시된 나이테에는 겉모습만 볼 때는 알지 못했던 성공, 시련, 아픔, 배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겹겹이 새겨져 있다.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이테를 짧은 시간에 들여다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다들 자신의 겉모습보다는 그간 살아온 인생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 또한 그랬기에 그들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하지만, 일부러 나이테를 보여주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던건 왜였을까?


시간이 흘러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이 퇴근길 버스 안에서 떠올랐다.

그것은 자신의 현재의 겉모습보다는 과거의 삶, 즉 내면을 보아 달라는 일종의 어필이었음을

그리고 너도 나처럼 바람직하게? 변할 수 있어라는 쇠뇌!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되는 이유지만

며칠이 지나 지인이 나에게 해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일부러 나이테를 보여주는 것이 뭔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마치 자서전을 본인이 쓰고 어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요즘은 자기 홍보의 시대이며 남이 잘되길 바라는 맘에서라고는 하지만,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더더욱 말이다.


진짜 나무는 죽기 전에는 나이테를 자신이 먼저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새해엔 남에게 안물안궁이 될 만한 이야긴 줄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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