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단단해지고 있는 회복력
한 달 동안, 내 일상은 멈췄다.
아무 글도 쓰지 못했고,
미리 적어둔 글조차 들여다보지 않았다.
다행히 글이 생계 수단이 아니어서
충분히 쉴 수 있었다.
억지로 쥐어짜 낸 글은
결국 불쾌감을 줄 뿐이니까.
오래도록 글을 사랑하기 위해
잠시 글을 놓았다.
아, 육지로 이사 갈까.
그럼 할머니한테 뭐라 말하지.
아, 그냥 여기서 계속 살까.
그럼 당장 난 뭘 해야 하지.
참고 참던 회피력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밖에 나와보니 공기가 선선했다.
여름이 벌써 끝났나 생각하던 순간,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라야, 여기 올래? 할머니랑 같이 살까?”
“왜 할머니 외로워?”
“응… 할머니 청소하는 곳도 애들 가르치는 데
여기서 같이 하면 안 돼?”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소름이 끼쳤다.
진짜… 하나님이 있나 싶었다.
“할머니가 나 살렸네.
나 너무 심심했는데…
전화해 줘서 고마워.”
가족이란 이런 걸까.
마치 본능처럼
힘든 순간을 알아차리는 존재.
의도하지 않은 말이
그 순간 제일 필요한 말이었다.
평소엔 절대 전화하지 않는 시간.
하필 그날, 그 시간.
내가 우울감을 쫓으려 나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할머니 이야기로 끝난 내 글이,
할머니 덕분에 다시 이어진다.
잠깐 멈춘 내 세상이
가족 덕분에 다시 돌아간다.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해내기로 했다.
끝나고 나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집을 나온 지 1년.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게 느껴졌다.
2년간의 우울과 자학, 방황을 지나
어느덧 제주도민 6년 차.
막상 떠날 준비를 하니
눈물 나게 애틋한 곳.
날 옥죄던 감옥이
어느새 내 안전지대가 됐다.
꿈에도 몰랐다.
제주도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은.
나는 늘 그래왔다.
익숙한 것을 애정하고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외롭게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새로운 환경들도 다 익숙해지고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
이젠 두렵지 않다.
걱정이 많으면 어떠랴.
독립한 나는 자유롭다.
아빠에게 연락하는 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닿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