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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밤 Feb 01. 2021

죽어가던 나를 살려준 전자책

엄마들을 위한 본격 전자책 영업글

나를 잃고 아이를 얻은 것 같던 나날들

나에게도 하루에 몇 번씩 모유수유를 하던 때가 있었다. 겨우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울음'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던 아이와 24시간 내내 한 몸처럼 붙어 있던 그때. 아이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일명: 먹잠먹잠)를 반복하던 신생아였고, 나는 내 몸뚱이도 버겁던 신생엄마였다.



젖을 잘 물 수 있도록 아이를 한 손으로 고정하고 나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수유를 하는 동안 남은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집 밖의 세계를 구경했다. 그렇게 집안에 갇혔고, 휴대폰의 노예가 되었다. 포털 사이트의 잡다한 가십 거리, 너무 자주 들어가서 더 이상 새로운 글이 없는 SNS를 읽고 또 읽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토르의 묠니르로 명치를 세게 맞은 것처럼 현타가 찾아왔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나, 누구였지?






일은 쉬고 있지만, 정체되고 싶지 않아

나는 뱃속에 있던 아이를 낳았을 뿐인데,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가는 자유, 잠을 자고 싶을 때 자는 자유, 밥을 의자에 앉아서 제시간에 먹을 기본적인 자유를 몽땅 빼앗겼다. 



남편이 퇴근할 때까진, 아니 아이가 완전히 밤잠에 드는 밤 12시가 되기 전까진 샤워도 못했다. 친구를 만나 커피 한 잔 마시지 못했고, 일을 하면서 내 쓸모를 확인받지도 못했다.



지극히 평범하던 나의 모든 일상이 사라졌다. 나를 통째로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안방으로 뛰어가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며 미친 여자처럼 중얼거리고, 더 미친 여자처럼 울었다. 나는 도대체 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터져나오는 울음은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었다. 남들이 경력을 쌓아가고 앞으로 달려가는 시간을 적어도 SNS 새로고침이나 하며 정체된 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나에겐 필요했던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내가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모유수유 시간.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내 안에 쌓을 수 있는 생산적인 행위는, 오직 책 읽기 뿐이었다.



2년 전. 두 달간 책 10권 읽었다고, 밀리의서재가 알려주었다.




책이 간절해서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토르의 묠니르로 명치를 맞을 정도의 현타를 맞이하기까지 종이책만을 ‘책’이라고 취급했다. 그래서 집에 책이 가득했지만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전자책을 읽어보려고 시도를 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하건, 하지 않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읽는 것이 너무 간절했다. 그저 한 손으로, 어디서든, 기왕이면 들고 다니기 쉬운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책이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월 9,900원(중요: VAT 포함)으로 전자책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역시나 처음엔 책 읽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색했는데, 뭐라도 읽어야겠기에 억지로라도 붙들고 있었더니 곧 익숙하고 편해졌다. 



그렇게 전자책은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시간인 모유수유 시간이라도 생산적으로 쓰고 싶다는 욕망과 압박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었고, 기꺼이 숨 쉴 구멍이 되어주었다. 



우는 밤들이, 남편과 싸우는 시간들이, 23층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들이 조금씩 줄었다. 자투리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를 잃었다는 우울감 대신 작은 성취들이 쌓여갔다.



기왕 간지 나는 리더기로 읽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신생아를 모시는 엄마에겐 휴대폰이 최고다.



전자책 회사들이 종이책을 읽을 여력이 없는 엄마들을 세심하게 타겟팅하면 좋겠다. 구독자도 모을 수 있겠지만, 사람 몇 명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 혜택을 받은 사람이니까.



모유수유 중에 찍는 귀여운 아들의 옆모습. 사진 찍고는 곧바로 앱을 켜서 책을 이어 읽는 간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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