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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별연두 Mar 19. 2022

둘만의 룰을 만들다

-가만히 바라보기


코로나 일상으로 가정보육이 계속 되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버겁다.


@unsplash

왜 힘든가 .. 생각해보니 일상루틴이 무너져서다.


-일어나서 명상 혹은 요가를 마치고

-(등원시키고)

-캘리 연습을 한다

이게 기본 틀인데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는다.

아니 애매하게 중구난방이다.


“엄마도 엄마시간이 필요한거야!” 라고 말하며

 와락 화를 내버렸다.


그리고 추가 잔소리가 이어지려던 찰라..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바라봤다.

그 두 눈을 보니 ‘엄마! 나도 엄마랑 놀고 싶었다고!’ 란다.


왜 우리 둘은 서로 욕구불만인거지?

내가 참았다면 니가 괜찮아야 하는데?!

(백번 양보해서 니가 참아줬음 내가 괜찮던가..)


깊이 지쳐버린 내 마음 위로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만 지친게 아니었다.

내가 내 시간이 부족해서 허덕이는 만큼,

아이도 유치원만큼의 놀이시간을 못채워서 힘들었을터..

결국 너의 루틴도 나의 루틴만큼이나 엉망이었구나.

엄마가 제 마음만 생각했구나.

제 손톱 밑 가시만 생각하고

우리 아가 손톱및 가시는 생각도 못했구나.

엄마가 아무리 놀아줬다해도

두 명의 담임샘과 18명의 같은 반 친구들과

양적으로 비교가 될 수 없었을 텐데…


@unsplash


한편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나는 얘랑 이제 더는 못있겠어!’ 라고 소리치는 내 마음.

‘곧 미칠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철없는 내 마음.


나는 엄마이자 철부지.

맘에 안들어도 여전히 나의 일부인 그 철부지가

하는 말들도 들어 주어야만 했다.


‘그래 너도 힘들지 … 알아’

‘그래도 얘는 아직 어리잖아.’

‘아직 크지 않은 새싹이잖아.’

‘니가 늘 말하듯 니가 돌봐줘야할 꽃이잖아.’

아이와 눈을 마주한 채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인정해야했다.

나보다 어린 아이의 욕구가 더 먼저임을..

그리고 아이를 안아주었다.

나만큼이나 화가 난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처음엔 저도 삐져서 눈물만 그렁그렁하더니

슬슬 몽글몽글한 몸이 부드럽게 안겨온다.


@unsplash

나의 화도 아이의 화도 이 상황을 해소하기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나는 서로를 위한 일상 규칙을 만들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나면 슬슬

우리 둘이 그날 무얼 하며 같이 놀지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1교시 시작 종치듯 시작을 인지하면

더 집중해서 함께할 수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간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욕구를 먼저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 내 욕구를 해결하기로 했다.

혹여 남는 시간이 별로 없다해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선순위가 확실해지니 복잡하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 내 인생도 중요하지만 코시국!

   평소와 다른 응급상황이니까…

    일단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새로운 루틴이 필요했다…

    

아이에게도 우리 둘만의 새 규칙을 알려주었다.

“아침마다 달리가 엄마랑 하고 싶은 놀이를

 알려주면 엄마가 같이 해줄께.”

“대신 놀이 다 끝나고 나면 잠시 엄마할꺼 해도 될까?”

“물론 놀이시간이 부족하면 좀 더 놀아도 되.”


@unsplash


한편, 그동안 코로나가 지속될수록

딜레이되는 내 일에 집착했음을 인정했다.

잠시 갖는 내 시간조차 방해받았을 땐 너무 화가 났다.

그런 나는 달리에게 이런 엄마였을 것이다.


사전 양해도 없이 놀이하다말고 갑자기 혼자 노는 엄마…

그 때 방해하면 뚱해서 억지로 끌려와 딴 생각하는 엄마…

나는 양껏 못놀았는데 자꾸 지쳐 있는  엄마…


서로의 감정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냥 그렇게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기만 했던 감정들..


그러다 폭발했고

나는 어른이란 이름의 권력으로 아이를 혼냈다.


내가 너로 인해 힘겹단 이유로 너만을 탓했다.

아이는 어른을 혼낼 수 없는데

나는 너에게 훈육한다며 강요했다.

‘이제 7살이니 혼자 놀 수도 있는거 아니냐며…’


우리에겐 약간의 룰이 필요했을 뿐인데…

‘이제 7살이니 룰을 만들면 이해할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어쩜 간사하게도

아이의 아이다움을 내 편의대로 다루었던 것 같다.

어떤 것은(시끄럽거나 징징거리거나 등등) 교정되어야할

어떤 것은(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등등) 지켜져야할…


지나친 것은 바로잡아주어야 하지만

놀고 싶은 마음이  아이인 것을




ps. 이번주도 새로운 영상 공유합니다 ^^

https://youtu.be/ZbMsrGlz9-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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