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에 머물기
길가를 지나다가 노랗게 잎이 올라오는 개나리 덤불을 보았다. 겨울내내 그 덤불이 개나린 줄도 모르고 길가에 수북하게 쌓인 가지들이 지저분하다고 여겼었다. 같은 개나리인데 계절따라 예쁘기도 하고 보기싫기도 하단것이 새삼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느 것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기에 너무 당연한 진리에 깜짝 깜짝 놀라는 내가 싱겁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르다는 진리는 매 순간 잊혀지곤 한다.
날씨따라 기분따라 컨디션따라 달라지는 나를 보면 말이다. 이번주는 컨디션이 떨어지는 주였다.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5분 일하고 한참 누웠다 또 5분 일하는 식으로 연명하는 주였다. 컨디션에 따라 의식없이 반응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숨을 고르는 주였다.
그럼에도 지난 수요일 저녁, 일순간 터져서 후회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던 주였다. 나는 다시금 숨을 고르며 ‘인간이라 그럴 수도 있었던거야.’ 라며 스스로 위로를 건넸다. 나의 잘못된 행동을 곱씹다 지금 이 순간을 망치기 보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기로 했다.
겨울철 개나리 덤불을 오해했다며 미안하다고 되뇌이지 않듯 지나간 날들을 되뇌이지 않기로 했다. '그게 개나리 덤불이었구나. 내가 오해했구나.' 하고 마무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며 나아가기로 했다.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
그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늘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ps. 이번주 업로드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