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별연두 Mar 12. 2021

나는야, 넘실넘실 파도 곡예사

아자아자가자! :)

 이번 주 내내 마음이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어디에도 집중을 못하고 여기저기 찝쩍거리는 내 마음이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어제는 이전에 다니던 요가원 선생님을 만났다. 날도 좋고 늘 좋은 기운 나눠주시던 선생님이라 선생님을 만나고 나면 너울거리는 이 내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서촌 이곳저곳을 산책하다 꽃다발도 하나 샀더랬다. 두 시간 남짓 선생님과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Bennian

 선생님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은 여전히 허공을 서성였다. 선생님을 만날 거란 설렘, 선생님 수업을 너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본인에게 전하느라 너무 방방 거린 탓이었다. 어쩌면 요가 스튜디오 밖에서 선생님을 본 게 처음이어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ㅎㅎ




그래서 오늘은 요가를 하며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요가나 명상을 통해 나 자신과 대화를 해보면서 갈 곳 잃은 내 마음을 다독여줄 생각으로 요가원으로 갔다. 사실, 지난주 요가 자격증반을 등록했다. 서촌에서 데이트했던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난 요가와 명상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언젠가 한 번 전문가 과정을 들어보고 싶긴 했는데... 선생님 수업이 결단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Free-Photos


 변곡점이 되어주는 사건/인연은 늘 따로 있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결단을 내리게 하는 무언가를 찾은 게 벌써 몇 차례인 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은 자격증반 등록 후, 첫 수업이었다. 수업은 이론과 실기로 이루어졌다. 원장님 이론 강의는 꽤 재미있었다.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에 대해 간략하고 논리적인 설명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요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질병과 자세에 대해 배웠는데 나와 관련된 질환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집중하기가 쉬웠다. 이번 자격증반의 지향점은 ‘척추건강을 통한 전신의 건강. 아마 3급 자격증이라 몸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무튼 내가 궁극적으로 요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몸 건강 이상의 ‘마음의 평화’이기는 하다. 그래서 이론 수업의 마지막 커리큘럼인 명상이 (전체 커리큘럼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일 듯 하지만) 참으로 기대가 된다. 오늘은 명상시간이 따로 없기에, 이론 수업이 끝나고 실기 수업을 하면서 내 마음대로(?) 내 몸 또는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면서 ‘마음의 평화’ 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RachelScottYoga


 아사나(=자세) 하나하나에 마음의 혼란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지난 선생님과의 서촌 데이트에서 좀 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생님에게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삼매니 차크라니 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왠지 부끄러웠다. 왠지 ‘도를 아십니까?’를 외치고 다니는 이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쏟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들어 이제 닉네임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연두는 작은 새싹을 뜻한다. 나 스스로가 현재의 풀잎 혹은 새싹에서 미래의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다. 그리고 최근들어 그 새싹이 좀 크지 않았나하는 오만함(?)이 들었다. 아직 안정감 있는 크고 푸른 나무는 아니어도 이전보다는 좀 더 자신감 있게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할 줄 아는 묘목 정도로는 크지 않았나 생각했다. 한데 아직 조금 모자랐나 보다.

 휴직 갱신일을 앞두고 또 복직이냐 휴직이냐에 마음이 떠서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했으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중 하나인 요기니의 길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들었다니 말이다. 다음 데이트에선   자신 있게 선생님과 대화하고  진솔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새싹에서 묘목으로  나무로 아자 아자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쓰고 싶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