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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별연두 Jun 11. 2022

나의캘리일지

220612_일상일기

01. 결혼기념일에(도) 정체성 찾기


담주 월요일, 6월 13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 맞이 레스토랑 예약을 해놨다는 남편의 말에 그제서야 ‘아~ 결혼기념일?!’ 하는 무심한 여자가 나다. 며칠뒤, 미안한 마음에 “결혼기념일 선물로 여름 티셔츠 사줄까?” 하고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그러자 남편이 “그럼 너는 뭐사줄까?” 란다. 레스토랑 예약도 했다니 굳이 안사줘도 되지만, 사준다면야.. 음.. ㅎㅎ 요즘 정말 사고팠던 ㅎㅎ


“프린터기?!”
(스티커도 출력가능한 30만원대라고는 말 안했지만)
우리의 실제 톡 대화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건 프린터기니까. 캘리그라피할 때 너어무 너어무 필요하니까 난 프린터기! 차마 이렇게 말하지 못한 나는 두리뭉술하게 “내 정체성에 어울리는 걸 사겠어” 라고 덧붙였다. 남편은 ‘이게 무신 소리야..’ 하는 눈치였다.




02. 조바심이 들이칠 땐 노을


내가 가장 나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캘리그라피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와도 나를 비교분석하지 않는 시간. 내 실력보다 내 마음이 앞서가지 않는 시간.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즐기는 시간. 요즘 나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그렇지만 가끔, 아주 가아끔씩은 조바심이 그걸 뛰어 넘을 때가 있다. 지난 주 일요일이 그랬다. 캘리 성장하기 수업을 오픈하고 나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이제 정말 취미 이상으로 캘리그라피라는 분야에 제대로 발을 내딛은 느낌이 들었다. 이에 내 마음이  ‘나 이제 정말 객관적인 실력을 키워야해!’ 라고 동동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공휴일(현충일) 낮을 보내고, 저녁에는 노을을 보겠다며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는 남편을 따라 제주서쪽해안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 다행이도 태양은 아직 수평선보다 반뼘정도 위에 있었다. 해지기 30분전. 해는 노랗고 붉었다. 그리고 하늘과 바다에 자신의 온 기운을 강렬히 퍼뜨리고 있었다. 마주보기 힘들 정도로 타오르는 태양을 애써 바라보았다. 시력이 나빠질 것도 같았으나 왠지 그러고 싶었다. 내 마음속 조바심과 불안을 다 태워버리고자. 또 그렇게 태워진 공간을 뜨거움으로 가득 채워보고자.

그날의 노을

그렇게라도 다시 내가 나로 온전할 수 있는 캘리의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나보다 잘쓰는 누군가를 시기질투하거나 그 누군가의 기에 눌리거나 하지않고 그냥 쓰는 것에 진심인 나로 돌아오고 싶었다.




03. 나의 해방일지


며칠전 종방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그 드라마가 핫해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날 추앙해요” 라는 대사. 살면서 단 한번도 채워진 적 없다는 미정이는 구씨에게 이렇게 말한다.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드라마, ‘해방일기’ 중에서


“날 추앙해요. ..중략..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요즘 나는 날 추앙한다. 추앙한다라는 말은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무얼하든 믿고 따라준다는 의미이다. 나는 요즘 그런게 필요하다. 미정이처럼 나를 향한 추앙이 필요하다. 미정이처럼 장난삼아 남편에게 “이제 나를 추앙하도록 해” 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날 추앙해줄 사람을 찾아헤메일 필요없이 나 스스로부터 날 추앙하기로 했다.

1일1작품, 6월테마 ‘삶을사랑하기’

매일 매일 캘리연습을 질적으로 체계화시키고 양적으로 융통성있게 쌓아가는 것부터… 진심을 다해 연습했다면 나를 나 스스로가 추앙하기로 했다. 내 안의 자질? 내 안의 불꽃? 을 믿어보기로 했다.




ps. 7월 시작 캘리그라피 수업 오픈했어요 ^^ 제 캘리에 진심인만큼 저의 캘리수업을 따라주시는 참여자분들께 열과 성을 다할 것을 약속드려요. 손글씨로 즐거워지고 힐링하시고 여기에 더해 실력도 쌓아가실 분들!! 신청고고!!!


수업1) 입문하기 : 다음주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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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2) 성장하기 : 이번주 오픈& 모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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