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4_일상일기
01. 나 자신과의 연결
제주도 생활의 끝이 가까워져 왔다. 그럴 수록 나는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여유를 채워보려 안간힘을 썼다. 지난 글에서 남은 제주에서의 시간을 ‘지금 이 순간’으로 채워보겠다 다짐아닌 다짐을 했건만 쉽지가 않았다. 친정부모님이 서울가신 때가 5월 24일 화요일. 이후 오늘까지 바쁨의 속도는 관성이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숨이 차는 것이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또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서성이고 또 그런 나를 지긋지긋해하는 나 자신을 느꼈다. 그래도 여유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지난 월, 화, 수 홀로 바닷가를 서성였다. 아름답게 펼쳐진 수평선이 보이지만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달아났다. 그 순간 내가 캘리그라피 꾸러미를 어깨에 노트북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던 것만 보아도 내 마음이 어디가 있는지는 확연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걸어보았다. 걷다가 잠시 바위 위에 앉아서 햇볕도 쬐어보았다. 비록 늘 기미가 신경쓰이지만그날만큼은 모자도 없이 햇볕을 직접 피부로 받아보았다.
이젠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계속 지치는 마음은 진짜가 아니다. 관성일뿐… 나는 더 이상 바쁜 일상이 아닌 햇볕아래 있음을 실컷 느끼고 돌아왔다.
02. 타인과의 연결
어제는 왁싱샵에 갔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눈썹 왁싱을 한다. 눈썹숱이 많고 진한 편이라 굳이 그리거나 문신을 할 필요는 없지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보기 좋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제주에 와서도 괜찮은 왁싱샵을 찾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단번에 괜찮은 왁싱샵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찾아가는 왁싱샵 원장님. 가면 눈썹 왁싱하며 15분 남짓 소소한 이야기 주고받는게 다였는데 그간 정이 들었던걸까? 왠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이틀전에는 왁싱을 마치고 왁싱샵 맞은편 카페에서 예쁜(?) 디저트와 아아를 사다드렸다.
“저 왠지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했더니, 아 정말요? 라며 내 앞에 성틈 다가오시며 안아줄까말까(?) 어쩔 줄 몰라하시는 원장님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먹먹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여태 왜 나의 이웃들과 좀 더 소통하고 정답게 살지 못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