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하늘이고 하늘은 바다이지

210925_명상일기day3

by 나는별연두


토요일 아침, 우리 셋은 제주 동쪽으로 향했다. 가을을 맞아 핑크뮬리를 보기 위함이었다. 가다가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여유로이 가는 길을 즐겼다. 차분하지만 위트있는 공간에서의 식사와 티타임은 나들이의 흥을 돋구었다.


핑크뮬리를 보러 간 곳은 다름 아닌 휴애리. 몇 번이나 들려본 곳. 초등학교 이전의 어린 아이들이 뛰어다니기 좋고 어른들도 산책하기 좋은 것이 휴애리의 장점. 또한 인위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휴애리에선 계절별 식생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휴애리로 핑크뮬리를 보러 간 것은 처음이라 기대에 한껏 부푼 우리였다. 하지만 작년에 안동에서 본 핑크뮬리가 너무 인상깊었던건지 오늘 휴애리에서 본 핑크뮬리는 조금 아쉬웠다. 그러거나말거나 달리와 나는 휴애리에서 동물 먹이주기체험에 대만족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ㅎㅎ 너어무 귀여운 토끼와 아기 돼지들이 있어 한껏 들뜬 우리 둘은 당근스틱을 들고 다니며 흥분했다.


휴애리에서 찍은 강아지 (아기돼지랑 토끼는 먹이주는라 못찍었다는)

휴애리 나들이를 무사히 마친 우리 셋.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서 휴애리에서 10분 안팎인 까페 ‘서연의집’에 들렀다. 휴가철과 다르게 조금 차분한 느낌의 까페. 원래 그곳에 사는 듯한 고양이가 나른한 듯 다리를 위 아래로 쭉쭉 뻗어내는 모습에 평화로움도 한껏 기지개를 펴냈다.




깊은 차원에는 생동하는 평화로움이 있다.

-고요함의 지혜(에크하르트톨레)


서연의 집 시그니쳐 포토존


우리가 카페에 들어서자 시그니처 포토존인 통창 바로 앞자리들이 하나 둘 비더니 모두 비었다?!(우리 달리는 얌전히 잘 있었다. 오해마시길 ㅎㅎ) 운좋게 탁트인 바다뷰가 눈앞에 펼쳐지는 자리를 차지한 남편과 나는 너른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맘껏 누릴 수 있었다.


하늘과 바다사이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들을 바라보다가, 저 멀리 빨간 등대를 바라보기도 했다. ‘하아… 시원하다.’ 그냥 마음이 시원했다. 마음의 공간이 순간적으로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제주의 다른 바다와는 다르게 조금은 깊어보이는 남색 물빛과 제주 특유의 검은 바위들이 어우러졌다. 애매랄드빛 바다의 경쾌함과는 사뭇 다른 느낌, 남색의 바다는 진지했고 편안했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바다를 보며 이런데서는 명상이 잘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이렇게나 쉽게 고요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 과장되게는 1분의 한 번씩 엄마를 찾는 6살 달리와 일주일 넘게 붙어있으니 마음이 시끄럽다못해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는데, 까페에 자리잡은지 5분도 되지 않아 나는 모든 면에서 평정심을 되찾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깊은 차원의 무언가가 나를 제정신으로 돌려놓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분 간의 휴식은 애매한 몇 시간의 휴식보다 나았다. 그리고 같은 고요함일지언정 집에서 혼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고요함. 보다 생동하는 고요함이었던 것 같다. 하루 나들이의 마지막 피날레로 서연의 집은 대만족이었달까.. ㅎㅎㅎ


(번외. 어제의 달리기 명상 후기)

달리는 뛰다 힘들면 앉아서 쉽니다 ㅎㅎ

어제의 달리기 명상 후기를 남기자면, 달리는 저녁을 먹은 직후라 얼마 뛰지를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달리에게 잠시 앉아 쉬고 있는 동안 엄마 혼자 한 바퀴 돌고와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머뭇거리던 달리가 승낙을 해줬고 조금 불안하지만 달리를 뒤로 하고 혼자 달려 보았다. 트랙을 달리는 동안 불안한 맘에 눈은 계속 달리에게 가 있기도 했지만 반면 ‘그래도 이게 어딘가!!’ 하는 생각에 꽤 신이 나기도 했다. 한 바퀴의 끝에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엄마를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달리가 있었고 왠지 그 모습에 마음이 동한 내 마음은 해피 해피 happy happy !! 혼자 뛸 때만큼 맘껏 달리지 못해서 짜증이 자꾸 얼굴을 드러내려했지만 순간순간 너무 밝은 달리가 감동이어서 30여분의 달리기 시간동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바빴다는 ~


그리고 오늘 저녁도 나와 달리의 달리기 명상은 반복되었으나 그저 즐거울 뿐 제대로 호흡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불안을 다스리는데 도움되는 달리기 명상’과는 거리는 있었지만 명상은 명상이었다는?!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땐 늘 너얼찍한 하늘을 자꾸만 올려다보게 되는데 그 또한 오늘 서연의 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자꾸 하늘을 바라보는 이유는 하늘이 주는 깊은 차원의 생동하는 평온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