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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별연두 Apr 05. 2019

문장을 다듬는다는 것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문장은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다.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중에서


20여 년간 교정교열 일을 해온 김정선 작가는 어떤 문장이든 문장을 다듬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작가들이 문장을 쓸 때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쓰는 것’ 뿐이다. 문장에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이외에 특별히 준수해야 할 것이 없다. 남이 보기에 어색하다고 느끼는 문장일지라도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독특하게 작성했다면 옳은 문장이다.


Photo by Green Chameleon @ Unsplash


하지만 문장에서 글쓴이가 별다른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군더더기 표현이나 의미가 모호한 표현들은 좀 더 매끄럽게 수정되어야 한다. 김정선 작가는 그러한 의미에서 교정해야 할 표현 목록을 이 책에 깔끔하게 요약/정리해 놓았다. 이 책의 제목을 적나라하게 다시 지어본다면 ‘퇴고 가이드 요약’ 정도가 될 것이다.


학교 졸업 후, 글 쓰는 행위는 200자가 채 되지 않을 자투리 글을 블로그나 연습지에 끄적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9주에 걸쳐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10여 년 만에 2000자 내외의 글을 써보니 쉽지 않았다. 매주 2000자 글을 써 내려갈 땐 종종 고통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완성한 이후의 만족도가 높아서 한동안 글쓰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에 9주간의 온라인 활동을 끝낸 뒤 오프라인 뒤풀이도 참여했다. 뒤풀이에서 강사님이 준비해 오신 책을 선물 받았는데 그 책이 김정선 작가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였다.


Photo by Jonas Jacobsson @ Unsplash


이 책을 읽고 얻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1)‘왜 문장을 다음 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과 또 하나는 2) 글을 쓸 때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이다. 


난 어릴 때부터 ‘왜?’라는 질문을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 어른들을 화나게 한 적이 종종 있다. ‘사람은 왜 사나요?’, ‘왜 꼭 정문으로만 다녀야 하는데?’ 같은 질문은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각오해야 했다. 이번 글쓰기에서도 최종 피드백에 대한 코멘트를 받고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왜 꼭 이렇게 써야 하는 거지?' -비뚤어진 마음에서 나온 질문이 아닌 그냥 원론적인 질문으로-


참고로 글쓰기를 하는 동안 강사님께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 '나는', '내가' 등의 주어 사용 지양

- ~ 에 대한, 대해 표현 지양

- ~ 것 표현 지양

- 추상적인 표현 지양

   ex) 긍정적인, 바람직한 (구체적인 표현 사용 권고)

- 관형사 사용 지양

   ex) 이렇게 저렇게 (구체적인 표현 사용 권고)

- '많은' 같은 표현보다 정량적인 표현 권고

- 수동적인 표현 지양

- 변역체 표현 지양

...생략..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강사님이 주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쓴 사람은 안 써도 될 표현을 썼더라도  보통은 자신의 글을 여러 번 읽어 보았기에 크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쓴 불필요한 표현은 대개 문장 자체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든다. 김정선 작가는 굳이 그런 군더더기 표현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많은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왜 꼭 그렇게 써야 하지요?'라고 물을 여지가 없게 한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의 목차는 다소 산만해 보인다. 김정선 작가는 교정교열 노하우를 쓰는 중간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담아 독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장치를 해두었다. 이 때문에 목차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책을 끝까지 읽는 데는 꽤 도움이 된다. 교과서적으로 문장을 다듬는 법들만 나열되어 있었다면 문법 공부하는 느낌과 비슷하여 완독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교정교열 노하우 사이의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내가 보기에 멀쩡한 내 문장, 어디가 문제라는 걸까?’에 대한 답을 일목요연하고 쉽게 알려준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Photo by Debby Hudson @ Unsplash


글을 쓸 때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지와 문장을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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