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봉주 Aug 06. 2021

'애매'와 '모호'

우리는 얼버무리지 말아야 합니다.

'애매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2개 이상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의미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모호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의미가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아 의미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애매모호하다'는 말은 사실 '애매'하고 '모호'한 말입니다. 실제로 '애매'하거나 '모호'할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호'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면 '애매'하거나 '모호'한 말이나 문장이 참 많습니다.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분명한 건 '발음'과 '문장 구조'뿐이었고, '애매'하고, '모호'한 단어에 내가 담고 싶은 감정이나 의미를 얼버무려 던져 넣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배경지식이나 통념, 일상적 관용구나 유행어에 기대는 경우가 가장 잦습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애매모호함'들은 당장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다만 갈수록 어휘와 문장이 줄어들고, 자신의 언어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자기 스스로를 '애매모호'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끝내 자기 인식이 부족해지고 이해 노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자신과 타인을 배경지식이나 통념, 일상적 관용구나 유행어로 규명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싸'와 '아싸', 수많은 '~충'입니다.




 물론, 모든 언어는 '애매'하거나 '모호'합니다. 분명하게 떨어지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어는 수많은 어휘를 만들어내고, 그 수많은 어휘의 조합으로 수많은 문장을 만들어냅니다. 무한에 수렴하는 언어의 조합들은 이해를 위한 사투입니다. 그 사투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의미(존재, 감정, 의사, 관계 등)를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을 틈틈이 기울여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