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광공보다 더한
며칠 전 우리 반 칠판에 붙어있는 과제 체크판을 살펴보던 중의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체크판에 번호를 적었는데 순서대로 1번부터 쭉 숫자를 적다가 23번 다음에 한 칸을 비워두고 다음 번호를 적은 걸 발견했습니다.
속으로 ‘뭐지?’하고 애들에게 여기 왜 한 칸을 띄었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아, 거기 ○○이 라서요.’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에 저는 살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집이 이사를 하는 바람에 3월에 채 한 달도 함께 있지 못하고 2주 정도 함께 생활하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이를 아직도 우리 반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해 그 자리를 남겨두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찡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조금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아이들도 서로의 이름조차 헷갈리고 잘 모를 때인 데다가 ○○이는 본인이 전학을 갈 예정인 걸 알기에 더욱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다 갔습니다. 그런데도 ○○이가 전학 가는 날, 아이들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서로 안아주고 큰소리로 작별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있었지만 저도 그 후에 가끔 ○○이가 전학 간 걸 잊어버리고 안내장을 걷을 때나 과제 검사를 할 때라고 할 때 ○○이는 왜 안 내느냐고 물은 적이 꽤 많았던 걸 보면 ‘든 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옛 속담이 딱 맞는 거 같습니다.
○○이 말고도 저희 반 학생 한 명이 이번 달에 전학을 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는 요즘 전학의 ‘전’ 자만 나와도 얼굴이 울상이 됩니다. 저번에는 잘 때 누워서 전학 갈 생각을 하다 눈물을 흘렸다며 저에게 이야기했던 친구라 헤어짐을 생각하면 저도 마음 한편이 아릿합니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을 보니 전학을 간다고 해서 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는 하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 반의 일원으로 그 자리가 남아있을 겁니다. 한번 우리 반은 영원한 우리 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