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무리 Oct 19. 2023

진짜 교실을 맛보여드립니다.

마냥 행복한 교실이 있을까?

 가끔 교실 이야기를 담아내는 제 글을 돌아보면 약간 머쓱할 때가 있습니다. 제 글만 보면 저희 반이 마냥 평화롭고 행복한 교실인 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희 반도 여럿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매일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일어납니다.

   

 실제로 교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시죠? 맛보기로 며칠 전 저희 반에서 있었던 몇 가지 사례를 들려드립니다. 각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은 각기 다른 인물입니다.   

  

 사례 1) A가 B가 본인의 부채를 허락 없이 만지고 책상에 치는 등의 행동을 해서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B가 사과하지 않는다며 교사에게 이야기함. 교사가 B를 불러 A의 물건을 허락 없이 사용한 일을 사과하고 대화로 풀라고 권유했으나 친구와 놀면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아 혼남. 그 후 B가 A에게 사과하고 사건은 일단락됨. 그날 오후 책상에 가만히 두었던 C학생의 우유가 터졌음. C는 책상에 올려둔 우유가 왜 터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함. 다른 친구가 말하길 어떤 친구가 점심시간에 C의 우유를 던지고 놀았다고 함. 요즘 유행하는 페트병 세우기를 우유갑으로 함. 범인은 본인 부채를 허락 없이 다른 친구가 만져서 사과받길 원했던 A였음.     


 사례 2) 한 친구가 교사에게 쉬는 시간에 A와 B가 칼과 가위를 가지고 놀았다는 제보를 함. A와 B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봄. A가 앞자리 친구의 필통에서 커터칼을 꺼내 자신의 가위와 함께 B에게 장난을 치라고 줬다고 함. 다행히 B는 친구가 준 칼과 가위를 그대로 제자리에 가져다 둠. A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물으니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장난치라고 줬다고 함. 앞자리 친구에게는 커터칼을 소지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나머지 A와 B도 위험한 물건으로 절대 장난치지 않도록 지도함.

    

 사례 3) 체육 시간이 끝나고 두 명의 친구가 울면서 들어옴. A는 피구를 하는 도중 B가 자기 옷을 잡아당기고 공격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함. B에게 물으니 자신은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함. 또 다른 친구 C도 피구를 하는데 누군가 발을 밟고 사과하지 않았고, 자신이 공격하려고 준비하던 공을 옆에 있던 누군가 뺏어갔다고 함. C는 발을 밟은 사람, 공을 뺏어간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음. 그래서 각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발을 밟았다는 친구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함. 옆자리에 앉았다는 친구도 본인이 옆자리가 아니었다고 함. 기가 막힐 노릇임. 체육 시간에 경쟁 활동을 하면 이런 일이 부지기수임.

     

 어떠신가요? 이렇게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이유로 저에게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때마다 저는 판사가 됩니다. 하지만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 교실 속 사건 사고도 칼로 무 자르듯 선명히 가해와 피해, 고의와 우연을 가릴 수 없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나도 솔로몬처럼 지혜롭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혼나야 할 때는 혼을 내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대화가 필요할 때는 이야기를 나누게 시킵니다. 고의로 한 행동이 아니라도 상대가 상처받을 수 있으니 서로 입장을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활동하자고 타이릅니다. 이렇게 한바탕 지지고 볶고 나면 아이들은 금세 마음을 풀고 언제 다투고 울었냐는 듯 쉬는 시간에 보듬고 놉니다.     


 재밌고 즐거운 일도 많지만 속상하고 억울한 일도 많은 곳이 교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은 작은 사회이며 아이들이 커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매일 다른 이유로 달기도 하고, 짜기도 하고, 쓰기도 한 우리 반, 이게 진짜 교실 아닐까요?




나도 울고 싶다 이놈들아


매거진의 이전글 주사는 무서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