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희 반 학생이 한의원에 들렀다 등교를 했습니다. 요새 저도 몸이 좋지 않아 한의원을 다니고 있어서 그 친구에게 내적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도 침을 맞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얼마 전 처음으로 약침을 맞았는데 꽤 따끔했기 때문입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일반 침도 아팠는데 그 기억이 강렬해서 다녀온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에게 진료는 잘 받았는지, 침도 맞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아주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고 저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침을 맞아본 경험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절반쯤은 침을 맞아봤다고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침 치료는 어른들 위주의 치료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의외였습니다. 침이 무섭지 않았냐고 물으니 한순간에 온 교실에 허세가 작렬했습니다. 아뿔싸. 이제 교실은 누가 더 길고 아픈 침을 맞았는지 앞다투어 말하느라 장날 한복판이 됐습니다. 아이들의 센 척을 자극하는 질문은 금물인데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제가 미끼를 던져버렸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시끄러워졌으니 궁금한 거 하나만 더 묻자 싶어 이번에는 주사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주사는 아이들 모두가 맞아봤기 때문에 더욱 할 말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본인이 어릴 때 주사 맞는 태도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데굴데굴 구르며 울고불고 난동을 피웠다고 고백한 친구는 2명, 구르지는 않았지만 병원이 떠나가라 통곡을 했다고 말한 친구는 8명, 나머지 친구들은 무섭지만 꾹 참고 맞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아서 잘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주사에 대한 에피소드는 본인뿐만 아니라 동생, 친척 동생들까지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바둥거리는 동생을 붙잡기 위해 몇 명이 동원됐는지부터 의사 선생님을 발로 찬 건 예삿일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엄마가 돈가스를 사준다고 해서 따라 나갔는데 주사를 맞았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부터 주사 맞기 전 이미 집안에서 꾹 참는 교육을 철저히 받고 병원을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부모님들의 노고에 백번 공감하며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미래에 너희의 자녀가 주사 맞기 싫어서 병원 바닥을 구르고 난동을 피운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입니다. 장난으로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잠시 후 주사는 맞아야 하니 무력으로 제압하기, 맛있는 음식으로 유혹하기, 장난감으로 회유하기, 새 핸드폰을 사준다고 이야기한 뒤 빈 상자만 준비하고 선물 증정을 계속 미루는 양치기 수법 등이 대답으로 나왔습니다. 또 ‘그냥 맞지 말고 어디 아파 봐라, 그러면 다음에 맞겠지.’처럼 편식을 대하는 엄마 같은 의견도 나왔습니다.
저희 반은 이렇게 종종 한바탕 쓸데없는 이야기로 북적거리고는 수업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를 하곤 합니다. 제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수다를 떨고 나서 수업을 하면 아이들도 더 집중을 잘하는 거 같습니다. 수업 전 선생님과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로 수다 떨기, 여러분도 같은 경험 다들 있으시지요? 이런 소소한 기억들이 쌓여 아이들과 제 한해살이가 완성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주사를 맞을 때 어떤 어린이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