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냐. 나도 떨린다.
내일 저는 올 한 해를 함께 보낼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갖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떨리기는 매한가지인데요.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새 학년이 되는 첫날이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잔뜩 긴장한 채로 등교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기 반이 어딘지를 모르기 때문에 두리번거리면서 자기가 배정된 반을 찾아 교실로 향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면 처음 보는 담임선생님이 계시고 새로 꾸며진 교실 풍경이 생경하게 펼쳐집니다. 게다가 저희 학교는 규모가 꽤 큰 편이라 작년에 같은 반을 했던 친구들도 운이 좋아야 두세 명뿐입니다.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자리에 앉아 나름대로 올 한 해가 어떻게 펼쳐질지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저는 아마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개학식 준비와 학급 살이 안내 준비를 하느라 무척이나 바쁜 아침 시간 일 겁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저도 떨리고 아직 어색해서 선뜻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하고 있을 게 뻔합니다. 숨 막히는 3월 첫날의 어색한 공기가 교실을 꽉 채우겠지요.
방송으로 진행되는 개학식이 그나마 어색했던 교실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면 이제 진짜 저와 아이들의 첫 만남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에게 제 소개도 하고 출석을 부르며 얼굴도 확인한 다음 작년 선배들이 올해 저를 만날 후배들을 위해 적어준 우리 선생님 설명서도 함께 읽을 예정입니다. 그렇게 얼굴과 이름을 익혀가며 천천히 서로의 거리를 좁혀나갑니다.
‘우리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궁금함이 가득 담긴 초롱초롱한 눈이 저를 향해 반짝이며 빛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처음 모습을 제 눈에 꼭꼭 담아둬야겠습니다. 이제야 저는 진짜 올해의 첫걸음을 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커버사진 출처 : https://www.freepik.com/free-vector/hand-drawn-back-school-background_4885195.htm#fromView=search&page=1&position=0&uuid=f7658114-8e10-4eef-9164-0d9e326f3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