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셨나요? 계속되는 궂은 날씨에 어젯밤 정월 대보름의 보름달도 보지 못해 저는 조금 서운한 주말이었습니다. 올해는 왠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싶었는데요. 왜냐하면 그동안 종종 말씀드렸듯 교사의 ‘진짜’ 새해는 3월에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번 주가 제게는 진짜 새해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주간인 겁니다.
저를 비롯한 교사들은 2월 중순부터 학교에 출근해 새 학기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년마다 학기 초에 한 번씩 하다 보니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입니다. 우선 산더미 같은 교실 짐을 새로운 교실로 실어 나르고 교실 곳곳의 묵은 먼지를 닦아냅니다. 그리고 전임자에게 올해 업무 인수인계를 받습니다. 새로 만난 동 학년 선생님들과 얼굴을 익히며 학년을 챙기는 일도 중요합니다. 또 가장 중요한 한해살이 계획인 교육과정을 작성하고 아이들이 쓸 학습 준비물도 미리 준비합니다. 마지막으로 교과서도 배부할 준비를 마치고, 학급 운영에 필요한 각종 안내장과 자료를 준비하면 개학 준비는 마무리가 됩니다.
저도 필요한 건 모두 준비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뭔가 빠진 듯한 찝찝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집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기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올해 저는 학년 부장을 맡게 돼 그동안의 새 학기 준비기간보다 3배는 더 바쁜 기간을 보내다 보니 혹여 놓친 것이 있을까 마음이 조급합니다. 부장 업무가 손에 익지도 않은 이 와중에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설렘보다는 걱정이 불쑥 올라오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올 일 년을 무탈하고 즐겁게 보내는 것이 우선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항상 그랬듯 아이들과 공부하고, 장난치고, 수다도 떨고, 웃기도 했다가 눈물 쏙 빠지게 혼도 나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생각을 하면 빙그레 웃음이 지어집니다. 올해는 또 어떤 장난 메이트가 생겨날지, 어떤 웃긴 별명이 지어질지 궁금합니다. 제가 준비한 수업을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약간의 부담과 걱정은 있지만 올해도 분명 우리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를 보내리라고 예상해 봅니다. 3월이면 봄이 시작되는 달이니 저는 아이들과 봄을 맞이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누구와 봄을 맞이하고 계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