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조금 자극적이었나요? 하지만 생각보다 바보가 되지 않는 방법은 아주 쉽답니다. 사진에 나온 그대로 제일 먼저 교실에 오지만 않으면 됩니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가정통신문을 가지러 다녀온 사이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가 적어둔 귀여운 낙서에 의하면 그렇다고 합니다. ‘초등학생이 벌써 직장인의 마인드를 깨닫다니.’ 하며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백 퍼센트 제가 바보였을 텐데 자비로운 글쓴이는 선생님은 제외라는 예외 조항까지 친절히 달아주었습니다. 우선적으로 저는 바보에서 열외 되어 얼마나 다행스럽던지요. 이런 게 바로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특혜입니다.
지우려면 지우고 퇴근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내일의 당첨자가 궁금해서 그대로 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칠판에 아무도 모르게 적고 집에 간 친구도 얼마나 다음날이 기대됐을까요. 본인이 제일 먼저 오지 않으려고 아침에 나름대로 철저히 시간을 계산해 출발하겠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떨고 열심히 학교로 온 첫 번째 친구는 영문도 모른 채 바보가 되니 기분이 나쁘고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칠판에 적힌 낙서의 존재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저와 출제자 두 명만 즐거운 내일이 밝았습니다. 다음날 저는 누가 바보가 될까 궁금해 축지법을 쓴 듯 복도를 지나 교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제가 빨리 출근했지만 저보다 더 부지런한 친구 두 명이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각자의 운에 달렸습니다. 제가 자물쇠를 열고 들어갈 때 바로 뒤따르는 친구가 바로 3월 8일의 바보입니다. 과연 누가 당첨되었을까요?
당첨자는 바로 제가 ‘나의 귀염둥이’라고 부르는 귀여운 여학생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3학년 때 제가 전담으로 한 과목을 맡아 가르쳤는데 하는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그때부터 제가 그 친구를 부르는 별명입니다. 3학년을 마치고도 종종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저와 또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5학년 때 운명처럼 담임과 학생으로 만났습니다. 제가 담임인 걸 확인한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가 초승달처럼 작아지며 싱긋 웃는 귀여운 학생입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칠판을 쳐다보라며 흘끔 눈치를 주었고 귀염둥이는 칠판을 확인하고는 얼른 지워버렸습니다. 그 후 저는 둘이서 주고받는 눈웃음으로 ‘너 오늘 바보다.’라고 조용히 한번 놀려주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도 친구의 장난이 웃기고 제가 놀리는 것도 웃기는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습니다. 우리 반 바보 찾기 대작전은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 됐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시작하는 독자 여러분들은 몇 번째로 업무 장소에 도착하셨나요? 만약 첫 번째로 도착하셨다면 퇴근도 첫 번째로 하는 날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