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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Nov 06. 2023

너! 선생님 새우 안 까줄 거야?

초딩과 새우논쟁을 벌이다.

 한창 인터넷에서 ‘핫’했던 각종 논쟁들이 있습니다. 그중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의 깻잎을 잡아주는 행위에 대한 깻잎 논쟁, 새우를 까주는 행위에 대한 새우 논쟁이 특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외에도 작년에 아이들이 가르쳐 준 몇 가지 다른 논쟁거리도 있는데요. 빨대의 구멍은 한 개냐 두 개냐 하는 논쟁과 엉덩이는 한 짝이라고 쳐야 하는지, 두 짝이라고 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입니다. 딱히 정답도 없고 이런 것도 같고 저런 것도 같아 알쏭달쏭한 이런 논쟁거리는 아이들과 심심풀이로 수다를 떨기에 제격입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괜스레 장난을 치고 싶어질 때면 이런 논쟁거리를 던지며 수다를 떨곤 합니다.


 며칠 전 수업을 마치고 자투리 시간이 남아 저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여자친구가 옆에 있는데 다른 여사친이 새우를 까기 힘들어한다면 새우를 까서 줄 건지 말입니다. 우리 반 여자친구들은 본인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도 아니건만 분노하며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에 반해 남자친구들은 반반으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각자 까서 먹어야 한다는 의견과 당연히 까줘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연히 까줘야 한다는 친구들은 상대가 어려워하는데 왜 돕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마침 그중 한 학기 동안 저와 수없는 장난으로 티키타카를 쌓아온 장난 메이트가 이와 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저는 마치 창과 방패처럼 말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먼저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너는 선생님이 새우를 못 까서 낑낑거리는데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 먹을 셈이냐?’라고 사제지간의 의리를 앞세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친구, 마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처럼 안경을 쓱 추켜올리며 ‘살면서 선생님과 제가 같이 새우를 먹을 일이 있을까요?’라고 응수했습니다. 역시 그동안 저와 다투며 쌓은 내공이 보통이 아닙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답에 저는 ‘인생을 살면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아느냐.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급식에 새우가 나올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결국 잠시 고민하고서 ‘그럼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까드리겠다.’라고 순순히 도움을 약속했습니다.


 저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일지언정 아이들에게는 무성(無性)의 존재이고, 그래도 선생님이니까 제자로서 배려를 해주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친구는 우리 반 여자친구들의 반응을 보니 다른 여자 사람 친구에게 새우를 까줬다가는 미래의 여자친구와 사달이 날 거 같은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걸었습니다. 본인의 여자친구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만 까주겠다고 말입니다.


 물론 논쟁 속 배려가 상대 여사친은 원하지 않는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장난도 치고 괜히 억지도 부려보고 하면서 깔깔거리는 시간이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도 해주곤 합니다. 다음번에는 깻잎 논쟁과 엉덩이 논쟁으로 공격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그때는 우리 반 친구들이 또 어떤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을지 기대가 됩니다.



쌤두 까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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