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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Nov 05. 2023

미련의 시기 is coming

후회남주 버금가는 교사의 학년말

 저는 요즘 교사들에게 한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시기를 맞은 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바로 미련의 시기입니다. 미련의 시기는 아이들을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내기 아까워지는 2학기 말의 시기를 말합니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미련의 시기가 조금 빨리 찾아와 찬찬히 제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9월 말 즈음 한바탕 잔소리를 하면서 우리 이제 세 달 정도 보면 헤어지는데 그동안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게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었습니다. 그때 아이들도 선생님하고 지지고 볶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에 놀라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러더니만 정말로 얼마 후부터 사춘기 시기와 맞물려 철이 든 모습을 간간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예전보다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지 않고 대화로 풀려고 노력하고 할 일을 뒤로 미루는 모습도 줄었습니다. 서로 깎이고 다듬어져 아이들도 각자의 성격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됐습니다. 누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저희끼리 장난을 칠 때도 선을 넘지 않고 서로 재밌을 정도로만 웃고 기분 좋게 마무리됩니다. 그 외에도 제가 그동안 쉬지 않고 지도했던 습관이나 태도가 많이 생활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니 아이들 생활지도에 쏟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저와의 관계도 더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미련의 시기가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티키타카’입니다. 요즘 아이들과의 티키타카가 물이 올라 수업도 학교생활도 참 재미있습니다. 원래도 아이들은 저와의 수업을 재미있어하는데 특히 근래 들어 그동안의 에피소드가 쌓이고 아이들이 내숭을 벗어던지면서 수업 시간이 더 재밌어졌습니다. 학교의 특성상 8개월 이상을 거의 매일 아침부터 6교시까지 수업에, 점심 식사에, 청소에, 온갖 학교 활동까지 함께 하니 좋든 안 좋든 에피소드가 없는 날이 없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이제 아이들은 담임교사인 저에 대해서 척척박사가 됐습니다. 아마 제가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빛과 손짓만 해도 무난히 하루가 지나갈 겁니다. 일과 시간 정확히 지키기, 수업 시작 전 교과서 준비하기, 교실이 더러우면 알아서 봉사하기, 한자 시험 루틴, 태블릿 관리, 수학 과제 우리 반 만의 방법대로 하기, 하와이 파이브 오 음악을 틀면 지금 하는 일에 속도를 높이기 등 교실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마치 자동화 기기처럼 착착 진행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한 루틴을 반복하며 아이들을 지도한 저에게도 약간의 칭찬을 건네봅니다.  


 올해 만난 아이들과 이런 행복함을 누릴 날이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헤어짐을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어째서 인간은 꼭 마지막 순간이 다가와야만 이런 소중함을 깨닫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그 사람과의 시간이 영원할 거처럼 말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저처럼 미련을 남기지 마시고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자주 표현하시면 좋겠습니다.



나한테 더 잘해라 요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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