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과거 기억의 대부분은 아픈 것이지만,
그중에 아련하게 예쁜 추억이 있다. 15년 전 어느 날, 갓 입사한 그곳에서 일하던 푸릇푸릇한 3명의 아가씨들. 수다도 많고 장난기도 많았지만, 순수했고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그녀들은 나를 팀장님이라 부르며 항상 아기 새들처럼 눈을 반짝이곤 했다.
회사 사정으로 그 친구들을 내보내고 최소 인력으로만 운영하겠다는 대표의 말을 들었을 때 '차라리 네 스포츠카를 팔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뭐라도 가르쳐서 이 친구들이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그림자. 모든 비주얼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그림자였다. 곧 빛이기도 했다.
당시엔 에이전시에 가야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처음 들어가기 위해선 연봉이 낮거나 일을 잘해야 했다. 좋은 아이디어로 제안을 잘하거나, 협력하여 제작을 잘하거나, 해탈하여 운영을 잘하거나, 모든 것에서 비주얼로 소위 때깔이라는 걸 내줘야 돋보이던 시절이었다.
그림자 = 빛이기에, 쓰는 방법에 따라 같은 레이아웃 안에서도 다르게 보이고 새로워 보이는 그걸 열심히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10여 년 전 마지막으로 그녀들의 소식을 들은 건, 둘은 결혼하고, 하나는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러 비행기를 탄다는 소식이었는데, 그즈음 난 이혼해서 결혼식에 갈 수도 없었고 축하하기도 힘들었다.
그 생기 넘치던 3명의 아가씨들은 이제 어쩌면 삶의 희로애락을 적극적으로 느끼며 성취해 가고 있을지도,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바라며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말 오후 나른함에 문득 생각난 그 아이들이, 아기 새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