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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숲 May 19. 2016

YOUTH

내일의 삶을 꿈꿀 수 있다면, 당신은 아직 젊다.



감독의 전작인 <그레이트 뷰티>를 볼 때 영화가 너무 불친절하다, 라고 느꼈었다. 편집의 방식이란게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다니고있어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 <유스>는 그보다는 친절한 영화였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광과 의미있는 질문에 다가서기가 한결 수월했다. <그레이트 뷰티>에서 삶에 대한 권태로움에 사로잡힌 젭을 통해 '진짜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파올로 소렌티노감독은 이번엔 더이상 '내일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를 통해 '젊음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젊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와 은퇴작을 준비중인 영화감독 믹의 대비가 흥미로웠는데 아직 무언가 준비하고 만들어 가고 있는 믹의 얼굴에서 다채로운 색을 느꼈다면 더이상의 공연은 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프레드의 얼굴에선 회색, 혹은 하얀색만이 느껴졌었다. 프레드가 등장하는 순간, 아름다운 스위스의 초록 풍경이 갑작스레 무채색이 되는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이상하게, 프레드가 지휘를 하거나,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하기 시작하면 화면에 갑자기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특히, 목장에서의 지휘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프레드가 더이상 지휘를 하려 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합쳐진 결과였는데 어쨋든, 많은 일을 겪어 내고 결국 다시 무대 위에서서 지휘를 하게 되었을 때의 그 눈빛이 정말 좋았다. 


그래. 내일의 일을 상상할 수 있다면, 내일의 일을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젊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어제의 일만을 기억하는 순간 사람은, 늙어가는 게 아닐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그려갈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젊음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 감독의 작품은 유난히, 하나의 표정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그레이트 뷰티>는 영화가 시작될 때 클로즈업 된 뎁의 환한, 그러나 어딘가 꾸며낸듯 한 웃는 표정으로, <유스>는 목장에서 지휘하던 평온하고 행복해보였던 프레드의 표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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