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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Jun 15. 2020

아내가 나보고 쫌팽이래


“자기는 정말 쫌팽이야!”


 아내와 싸우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나이 차이가 한 살밖에 안 되는 우리 부부는 가끔 말다툼을 하게 되면 승자가 되기 위해 서로에게 모진 말들을 뱉어낸다. 싸움이 끝난 뒤 ‘정말 내가 이런 말을 했어?’라고 자책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싸움이 끝나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쫌팽이라는 단어는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쫌팽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갔지만 7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여자에게 들으니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억양이 세서 기분이 더 나쁜 쫌팽이. 내가 뜻을 잘못 알고 있어 오해하지 않았나 싶어 네이버에 검색을 했다. 쫌팽이의 표준어는 좀팽이로 ‘몸피가 작고 좀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물론 싸우면서 하는 말이니 낮잡아 부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내가 좀스러운 사람이라니. 일련의 희망이 무너졌다. 나도 아내도 정확히 단어의 뜻을 알고 있었다. 어디를 보고 내가 좀스럽다고 느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좀스러움은 소비에서 나온다. 한 개의 물건을 구매하기 전까지 주위의 사람들보다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좀스럽게 보일 수 있겠다. 그 고민을 나의 소비생활에서만 하면 되는데 점차 범위가 넓어진 것이 화근이다. 아내와의 공통 소비활동까지 고민하게 되면서 좀스럽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변명하자면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여러 과정의 고민을 거친다. 첫째, 이 물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한다. 사놓고 후회하는 일이 많아 왜에 집중한다. 둘째, 이 물건이 ‘지금’ 필요한가를 고민한다. 이 단계에서 구매를 보류하고 찜하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한다. 지금 필요하지 않으니 어떤 물건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셋째, ‘어떤’ 물건이 좋을지 검색한다. 선택지가 한 가지인 제품은 없다. 브랜드가 많을수록, 기능이 많을수록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뒤집어, 싸니까 고민 없이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저가 검색을 한다. 만약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여러 개라면 고민의 시간은 곱절로 든다. 한 가지 비싼 제품을 살 것인지, 여러 종류의 값싼 물건을 구매할 것인지. 문제는 이런 고민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듯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좀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구매를 하기 전까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좀팽이는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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