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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Jun 15. 2021

불안과 안도감 사이

코로나19 얀센 백신을 맞다.


9시에 얀센 백신을 맞았다. 간호사들은 한 없이 정신이 없었고 대기자는 불안했다. 사전 동의서와 주민등록증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실수를 했다. 이 병원 과연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20분을 기다렸다.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 1차 접종을 받았다는 완료 안내였다. 아직 맞지도 않았는데 미리 진행된 전산 처리. 그냥 도망가면 맞았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 무섭다, 도망갈까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진료실에서 내 이름을 호명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매우 지쳐 보이는 의사가 내 눈 앞에 들어왔다.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묻지도 않고 주의사항을 안내를 한다. ‘감기 증상이 있을 수 있고요. 술 드시면 안 되고요.’ 그리고 주문을 외우듯 ‘얀센 맞죠? 얀센입니다. 얀센이요’를 되풀이했다. 주사를 맞는 사람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다. 얀샌이라고 20포인트로 쓰여있는 철제 통에서 미리 정량만큼 주입된 주사기를 들었다. 전날 뉴스에서 30대 사망 사고가 났다고 해서 불안했다. 정량의 5배를 더 주입했다고 했는데 주사기를 살짝 보더라도 정량인지 과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의사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정말 나약하구나를 새삼 느꼈다. 의사는 뻐근합니다라고 말한 뒤 심호흡을 했다. 심호흡은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옷이 흘러 내려가지 않게 잡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왼쪽 내 팔을 잡고 주사를 놨다. 


‘피슉’ 소리가 이상하다. 보통 주사를 맞을 때보다 주입 속도가 빠르다. 주사기에 공기가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 불안한 눈빛을 읽은 의사가 그런 생각은 쓸데없어라고 주먹으로 한대 구타한 것 같이 묵직하게 아파온다. 아, 나도 백신을 맞았구나. 뒤늦게 가슴이 콩 딱 거 린다. 의사는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최소 15분은 대기를 하라고 했다. 옆방은 이미 만실이었다. 구석으로 들어가 슬며시 왼쪽 소매를 걷었다. 내 피부와 비슷한 색을 한 원형 반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반창고 주변을 살며시 눌러본다. 아프지 않다. 분명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인데 어디서 오는 아픔인 건지 모르겠다. 주사 바늘이 들어갔다가 나온 피부 속 어딘가가 멍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반창고를 붙이지 않은 곳에서 피가 난다. 혹시 해서 반창고를 떼어보니 주사 자국이 없다. 아, 의사 초짜인가 보다. 하긴 나도 처음 맞은 백신이니까. 15분이 지난 뒤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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