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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Apr 18. 2019

감기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다.


일요일 오후, 날씨가 좋아 볕을 쬐러 밖으로 나왔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 결국 발걸음이 이끄는 동네 카페에 도착했다. 환절기라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그래도 더운 것보다 추운 것이 낫기에 외투를 입지 않았다. 카페에서 한 주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목이 간질간질하다. 마치 목구멍에 얇디얇은 고등어 가시가 걸린 것처럼 간지럽다. 나는 그 순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어야 했다.


나와 31년을 함께 해온 육체지만 미안하게도 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비염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알게 된 지 10년이나 된 와이프는 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려준다. 그때야 비로소 내가 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와이프는, 내 이름밖에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됐다. 감기도 그렇다. 처음엔 으슬으슬 춥고, 다음엔 목이 칼칼하고, 또 그다음엔 열이 난다. 난 감기라는 사실을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월요일이 되어도 감기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환자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더 다운된다. 아니 어쩌면 감기 때문이 아니라 지속된 문제점이 무기력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감기를 퇴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쉬면서 여유를 갖거나,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퇴사를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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