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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Feb 08. 2024

좋아하는 친구

사랑의 힘이란

유치원은 만 3세, 만 4세, 만 5세 연령이 다니는 곳이다.

대부분 연령별로 학급 편성을 하며 특색이 있는 유치원의 경우 간혹 혼합연령으로 학급을 구성하기도 한다.

학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매년 재구성되는데 이 학급 편성은 담임 선생님들이 아주 신경 쓰는 업무 중 하나이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1. 학급별 유아들의 수준 편차가 심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유아들의 월령도 고려한다.

2.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친구들이 최대한 겹치지 않아야 한다.

3. 같은 반이 되었을 때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신규 원아가 있는 경우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긴 한다.

4. 다양한 성향의 학부모님들이 고루 섞여야 한다.

5. 이 밖에도 쌍생아, 특별 케이스 등등


이 모든 것은 유아의 성향이 고려된 1차 반편성 이후 고려되어야 할 점들이다.


특수교육대상유아의 경우에도 통합학급 편성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특수교사와 통합학급 선생님은 이 시기가 되면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선생님 윤정(가명)이가 우진(가명)이랑 잘 지내니까 6살 때도 붙여주는 거 어때요? "

"아 선생님 그래주시면 저는 감사하죠. 우진이가 윤정이 좋아하니까 잘 적응할 것 같아요."


만 3세였던 우진이는 윤정이를 참 좋아했다.

그 당시 우진이에게 잘해주는 여자친구들은 많았는데 윤정이는 그런 친구는 아니었다. 윤정이는 조용하게 티 내지 않으며 우진이에게 한 번씩 툭 도움을 주는 친구였다. 5살 우진이는 할 줄 아는 말이 많지 않았던 터라 윤정이를 그저 그-윽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아주 수줍은 표정으로.


우진이와 윤정이는 선생님들의 의도적인 반편성으로 인해 6살 때에도 같은 반이 되었다.

6살이 된 우진이는 여전히 윤정이를 수줍은 표정으로 그-윽하게 바라봤다.

우진이는 조금씩 성장했고 6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언어 성장의 폭발기를 겪었다.

통합학급 선생님과 나는 그런 우진이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재미로 학급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때부터였다. 우진이의 애정표현 또한 폭발하게 된 것이..


"우진아, 짝꿍 하고 싶은 친구가 있어?"

"윤뎡이..."


우진이는 좋아하는 친구를 묻거나 짝꿍 하고 싶은 친구, 같은 팀을 하고 싶은 친구 등등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윤뎡이..."


이게 어찌나 귀엽고 웃기는지. 우진이가 이 "윤뎡이"를 말하지 못해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윤정이는 그럴 때마다 새침한 척하며 우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후 둘은 좋은 짝꿍이 되었고 이건 선생님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한 줄 서기를 어려워하는 우진이에게 윤정이의 존재는 자동적으로 한 줄 서기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유아의 내적동기유발과 선호하는 또래의 지원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어느 날 급식실에서 편식왕 우진이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나 이거 안 먹을래"


나는 호들갑을 떨며 대답했다.

"뭐라고? 우진이 콩나물 안 먹는다고??"


그리고 우진이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윤정이는 콩나물 잘 먹는 사람 좋아할걸?"


우진이는 그날 식판을 아주 깨끗하게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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