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성장디자이너 핀디의 성장여정 #17
"최고 고과 등급"
순간 2024년 Year End Review 미팅에서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Finance같은 backoffice는 최고 고과를 받는 게 거의 불가하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듯 던졌던 말에, 당시 매니저는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가능하지"
13년 회사 생활 동안 Finance가 받을 수 없는 등급이라고 생각했던 고과를 막상 받고 나니,
2025년 한 해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어느 해가 조용하겠냐마는, 2025년은 유독 그랬다.
외국계 제약회사의 Finance는 숫자만 다루는 곳이 아니다.
전략과 실행 사이 어딘가에서, 데이터와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고 판단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올해는 유독 그 긴장감이 컸다.
회사의 플래닝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전반이 바뀌는 해였기 때문이다.
IBP(Integrated Business Planning)와 SAC(SAP Analytics Cloud)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되었고,
나는 그 Go-Live와 안정화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새 시스템, 새 프로세스.
익숙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이런 해에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건, 단순히 "열심히 했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1. 정확하고, 빠르고, 인사이트 있게
Demand 데이터가 재무 플래닝 툴에 통합되면서, 시나리오 모델링의 질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들으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결국 실무에서는 디테일 싸움이다.
숫자 하나가 틀리면 의사결정이 흔들린다.
AOP(Annual Operating Plan), RF(Rolling Forecast), QBU(Quick Business Update) 사이클 전반에 걸쳐 데이터 정합성을 지키고, 이슈가 생기면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내가 스스로에게 늘 묻는 질문이 있다.
"이 숫자로 경영진이 자신 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올해 내 업무의 기준점이었다.
2. 한국을 넘어선 "Visibility"
올해는 APAC region에서 IBP Workforce SME (Subject Matter Expert; 프로젝트의 단위 리더 역할) 역할도 맡았고, 사내 APAC & Greater China 내부 교육 세션에도 참여했다.
South Korea Finance로서의 역할을 넘어, Region 단위의 기여를 한 해였다.
로컬에서 잘하는 것과 Region에서 존재감을 갖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이렇게 쌓인 visibility가 또 다른 기회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3. 압박 속에서도 성장 마인드셋
변화가 많은 해일수록 사람은 쉽게 소진된다.
나 역시 버거운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놓지 않으려 했던 마음이 있다.
“이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거창한 전략은 아니었다.
번아웃이 올 것 같은 날에도 나를 다시 붙잡아 주는, 가장 현실적인 마인드 컨트롤에 가까웠다.
평가 시즌이 되면 많은 직장인들이 갑자기 "어필"을 시작한다.
하지만 좋은 평가는 평가 시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 사이클마다 쌓인 신뢰와 성과의 총합이다.
평가자가 "최고"라고 쓸 수 있는 건, 그 한 해를 함께 지켜봤기 때문이다.
올해 매니저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실적과 그에 대한 recognition이 주어지는 데에는 시차가 있다. 그리고 그런 recognition이 진짜다"라고.
그 '시차'라는 표현이 결국 '축적'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최고 고과를 받았다고 해서 그 다음해인 올해가 편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대치가 올라간다.
내년엔 IBP 기반 플래닝을 더 고도화하고, 더욱 중요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설레고, 동시에 무겁다.
그래도 괜찮다.
좋은 평가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인 축적의 증거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Finance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플래닝, 커리어, 일하는 방식에 대해 Weekly로 포스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