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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회비용

신호등, 가로수그늘 아래에 카페트 깔아주세요

3주 묵혀둔 마지막 볼로냐 사진들과 함께 짧은 여행동안 생각이 들었던 ‘도시의 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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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메라만 들고 도시를 다니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다니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어디를 향해가는지 관찰을 많이 했던 것 같고, 덕분에 흥미로운 영감들도 많이 얻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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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익숙함으로 가득한 매일 다니는 길이, 누군가에겐 가끔오지만 잘 아는 지리일 수도, 가끔 옴에도 낯선 환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은 나처럼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겐, 낯선 언어의 표지판보다, 어떤 사물이 지각되는 것들이 머릿속 나만의 맵의 결절점들로 남겨져 기억이 될 지도 모르겠다. (다 훔쳐가고 남겨진 자전거 프레임이 내가 꺾어야 하는 골목을 알려줘 내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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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philia라고, Carlos Moreno와 일하며 들은 새로운 단어가 있다. 땅이나 장소를 뜻하는 ‘topos’와 사랑, 우정, 정서적 교감을 뜻하는 ‘philia’가 합쳐진 그리스어 인데, 우리 주변 환경을 구성하는 “장소”들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머물며 교감하는 장소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가치는 그 흔한 ‘사람중심 도시’같은 컨셉에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도시 서비스 분야에 꼭 필요한 항목 중에 하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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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그런거 있지 않은가. 매일 만지는 폰, 매일 차는 시계, 매일 함께 일하는 노트북 등등 사용되는 빈도수나 중요도에 따라 실제로 그 제품 그 자체보다 나에 대한 가치는 높아지는 거. 어떤땐 만원짜리 다이어리가 그 어떤 전자 스케줄러보다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오늘 먹는 음식이 어떤 비싼 영양제보다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종의 선택에 의한 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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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도시에도 기회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 많이 스치는 곳, 오래 유지해야 하는 것들은 그 가치에 따라서 예산이 매겨졌으면 좋겠다. 아직까진 우리 세금과 예산책정으로 집행되는 “나라장터”의 거래들이, 감사하게도(?) 저렴하고, 쉽게 고장나지 않으며, 디자인적 역치만 간신히 넘긴 수준이라고 감히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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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시에서 일하시는 분들만이 해당되는 내용은 아닐 것 같다. 디자이너들은 같은 비용으로 창의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실제로 우리가 가지는 더 나은 재화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어야고, 적절한 규제 조절로 한 발 더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필요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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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언젠가, 머무는 사람들이 많은 횡단보도 신호등 밑이나 가로수 그늘 아래의 “상징적 가치”가, 쌩쌩 달리는 차량이 보행자보다 많은 넓은 도로변의 계획과는 확연히 달라지지 않을까. (구간별로 계획되는 도로구성에 대한 꽤 오래전 실무를 베이스로 한 생각이라 현재와 다를 수 있음 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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