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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에 없는 도시디자인 접근법

(전)사람중심 도시디자인 vs (후)생활중심 도시디자인

Les vies qu’on mène(우리가 이끄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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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전시를 놓친 아쉬움에 빌려본 책. 미래의 이동성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의뢰한 프로젝트로 ‘이동’과 관련된 누군가의 삶에 대한 내용의 “사진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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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업 종사자, 노인, 학생, 부자, 시골 거주자, 여름, 겨울, 팬데믹 전과 후,, 등 ‘한 사람의 하루’를 근접거리에서 들여다보는 새로운 방식의 공감 내러티브(?)정도로, 여느 다큐멘터리 영상에 못지 않은 몰입도를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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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삶의 리듬이나 익숙한 매일의 반복 같은 사실 언뜻보면 ‘사적인 삶’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런 ‘사적공간’들을 기획하는 이들에겐 꼭 필요한 공감과 이해의 과정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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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주거지와 관광지를 점유하는 사람은 같은 ‘보행’을 하지만 서로다른 목적을 가지기도 하고, ‘목적지’를 향하는 이동의 성격들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공통점도 있다. 다른 예로는, 누군가에겐 자전거 ‘주행’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서비스 이용’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업무활동’일 수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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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각각의 페르소나를 몇 장의 스틸컷으로 설명하는데, 인상적이었던 몇가지를 남겨보자면,

1) 차를 좋아하는 어떤 노인이 꽤나 아껴하는 듯한 차와 찍은 사진, 어렸을적부터 차와함께 찍은 사진들을 모아두기도 하고, 그의 ‘오늘’은 실내 자전거로 건강을 유지하는,

2) 이동이 다소 불편한지 보행보조기구 옆 의자에 앉아 창밖의 한 걷는 사람을 바라보는 할머니, 비 내리는 차 안의 한 남녀와 그 둘이 바라보는 서로다른 시선,

3) 보행이 어려운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의 누구보다 활동적인 일상들,

4) 눈 내린 땅을 지나온, 혹은 머물렀던 다양한 ‘이동’의 흔적,

5) 차를 좋아하는 듯 보이는 한 주유소 사장님의 생활에 필수적인/선택적인 일상,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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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도시의 공공공간에 UX적인 접근이 꼭 필요하다며 앞세워 다뤄왔던 “사람중심” 프로젝트들은 진정 얼마나 사람중심이었는가.. 내가 맡은 공간을 지나는 사람들을 분석한다며 그 정량적인 데이터만을 앞세우지는 않았는가.. 그렇다고 “분석”이라 하기엔 그 과정들이 충분했던가.. 입찰을 위한 설계에 이런 설득과정이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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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시디자인의 경향은 십수년전부터 ‘무장애(barrier-free) 설계’와 같은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왔다. 덕분에 안전하고 잘 정돈된 지금 우리네 환경들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차이를 없애거나, 재질을 선정하는 하드웨어적 선택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이용자들의 행태를 이해하는 과정같은 다른 차원의 접근방식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제야 비로소 지속가능하다 할 수 있는 ‘스마트’한 도시계획을 내다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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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쩌면 책 제목도, ‘사람이 이끄는 삶(환경)’의 의미로, 짜여진 도시에 끼워맞추는 삶이 아닌 진짜 그곳의 사람들의 이해로 만들어지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나 싶었고, 생각을 좀더 단단히 해봐야겠다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류정리함을 사왔다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dJ0c_Pxvb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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