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접성 측면에서 도시변화 바라보기
건물로 빼곡히 들어찬 오늘의 도시. 자연스레 각자의 삶의 질보다는, 그 고밀화 된 도시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으며 살아간다.
요즘 내가 소속된 팀에서는, 더이상 효율성만을 위해 거리를 재고 면적을 구해가며 계획하던 도시개발의 패더라임을 바꾸자 이야기한다. 도면으로 그리는 선 안에 사는 사람들. 수용가능한 면적에 의한 계획보다는, 그 ‘선’ 위를 다니는 서로다른 리듬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짐을 들고 이동해야하는 여성들, 유모차를 미는 보호자들, 제약이 많은 휠체어 이용자, 손잡이를 꼭 쥔 노인들,,,
도시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일이다. 길이 편해지면 감정이 편해지고, 감정이 편해지면 관계가 달라지고, 관계가 달라지면 도시가 바뀐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파리는 이런 원칙들을 정책으로 옮기고 있다. 도시에 차량 진입을 줄이고(ZTL),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넓히고 확장하며,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단순히 주차장을 없애고 나무를 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더 느리고 다양한 속도를 가진 시민들의 일상을 수용하는 방향이다. ‘아이들을 위한 거리(Rues aux enfants)’ 프로젝트와 같은 골목길 보행녹화 사업은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노상주차공간을 줄일 뿐 아니라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주어지는 공공공간의 질을 개선하는데 취지가 있다.
“도시 근접성 측면”에서는 하루의 시작의 습관을 바꾸는 일로 보고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이동방법의 변경은 하루 일과를 바꾸고, 도시의 리듬을 바꾸는 것과 같이 말이다.
다양한 도시계획 보고서에선 수많은 숫자와 그래프로 그 계획을 이야기한다. 왜 이 길을 걷는지, 어떤 감정으로 이동하는지, 그 길 위에선 어떤 기억이 남는지 등의 정성적 데이터는 다뤄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매일의 발길 루틴으로 들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공간’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도시디자인 분야의 일이라고 감히 적어본다. 정량적 데이터는 물론 필수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 도시디자인에는 계획하지 못하는 것들 사이사이 여백을 읽는 감각이 필요한 것 같다. 단지 공공공간은 친절하고 예쁘기 위해 바뀌는 것이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도시디자이너
파리 도시 큐레이팅
근접성, 15분도시에 촛점을 둔 프랑스 파리의 도시변화에 대한 도시 큐레이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서울시 성동구, 동작구, 제주도청, 고양시, 대전시, 전주시, 국토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서울연구원, 국토부 등 도시계획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파리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거나 기획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도움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이메일 : seunghoon.han@chaire-eti.org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this_is_hans/
카카오톡 : shoon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