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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Vincent)

by 해진

삶과 죽음의 언저리까지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빈센트

그가

스스로

이 세상을 떠나려 했는지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


나는 빈센트가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고 여러 번 울었다


그것도 소리 내어

꺼이꺼이


이 극명한

삶에 대한 애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도

이 세상을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때

아니

이전에도 수도 없이

꺼이꺼이

숨을 죽여가며

울었을 것이다


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들판으로 나가

여러 번 통곡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그가 삶의 고통을 잊으려고

이 세상을 떠나려 했을까


그가 그려낸

그 아름다운 별이 빛나는 밤

그 밤에

그의 마음의 별은

어딜 향하고 있었을까


그 황홀한

별이 빛나는 밤은

도대체

누구의 밤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가 그린 해바라기들만 보고

그를 노란색의 화가라고

단정 짓지 마라


그는

코발트는 신성한 색이라며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한 사람이다


화가는

모든 색의 화가인 것이다


노란색의 화가나

파란색의 화가는

있을 수 없다


그가 그린 하늘을 보라

코발트블루 만 보이는가

당연히 아니다


에메랄드그린을

아껴 쓰는 미덕도 보이지 않고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드뮴 엘로우를

대담하게 하늘에

갖다 붙인 그이다


자신의 그림들이

다른 사람들의 그림들과

닮은 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그의 마음에

생성된 날이었을 것이다


그는 슬퍼하며

기뻐했을 것이다


그가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관한 설교문을 썼을 때

그 자신의 업적이

살아생전에

그를 빛나게 해주지 못할 것을

예견했을까


쇠는 뜨거웠을 때

두드려야 하고

그때 만들어진

막대기들은

쌓아 놓아야 한다고

일기에서 말했던


맞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기에

그의 활활 타는 열정으로

만들어낸 쇠막대기들인

그의 위대한

분신들을 통해

우리는 그를

어렴풋이 보고 있다


무시무시한

열정의 용광로에

그의 몸은

재가 되어

바스러져 버렸지만


그가

쏟아 부운 물감들은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영원히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혼 속으로

번져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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