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나무

by 해진

늦가을 바람에

옷을 뺏긴 나무들아


너희들은

겨울에도 푸른 소나무를

부러워하겠지


너희들은

헐벗어 있는데


저들은

여전히

푸른 옷을 입고

서있으니


그러나 얘들아

부러워할 것 하나 없다


그 푸른 옷은 옷이 아니라

그들의 몸에서 삐져나온

푸른 속살인 거야


겨울바람이 모질게

그들이 서 있는 언덕을 지나갈 때

나는 그곳에 서 있었는데

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그들은

이런 추위에

속살을 다 드러내 놓고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어야 하는

그들의 모진 운명에 대해 불평하면서

그 푸른 몸뚱이들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


너희들은

푸른 속살들을 다 내놓고

추위에 떨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모를 거야




작가의 소고


아주 춥고 바람 부는 날

저는 소나무 숲 가운데 서 있었어요.

그때 푸른 소나무들이 너무 추워 보였어요.

실은 내가 추웠던 거라 생각해요.

평소에는 소나무의 푸른 잎들을 그들의 옷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람에 흔들려 떨고 있는 푸른 가시 잎들이 갑자기 그들의

속살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들의 몸통으로부터 삐져나온, 그 무엇으로 덮을 수 없는 그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