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만 하는 자들은
남아 있는 자들보다
항상 더 아프다
그 아픈 마음
가슴에 다 보듬고
남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떠난다
자신을 향했던
그들의 붉었던 마음들이
퇴색하여 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해
차라리 그들의 마음속에
서서히 피어오르는
권태와 미움의 자리를 비워
그리움을 채워주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떠난다
떠난 후의 삶이
아무리 고독하고
황량하다 해도
그들은
남은 자의 가슴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리움을 먹고 산다
그 마저도
희미해진 삶은
떠난 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하락되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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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후기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떠나는 자가 권태와 미움이 들어설 자리에 그리움을 채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온합니다. 하지만 떠나는 자의 기대와 달리 남은 자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리움은 그 순도가 의심스러울 수가 있고, 얼마 안 있어 더욱 흐려지고, 끝내는 사라진다면 떠난 자는 너무 슬플 것입니다.
하지만 떠나는 자는 그렇게 라도 위로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입니다. 그의 남은 자들을 위한 기도의 손 끝도 자신을 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은 다 알 수가 없기에 떠나는 자는 자신의 마음으로 믿은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그 '확인할 수 없음' 때문에 오히려 인간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끝내에는 남은 자들의 떠난 자들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떠나는 자는 굳이 말합니다. 이것이 떠나는 자들의 진짜 마음일 지도 모릅니다. 이래서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이타' 속에 숨은 '이기'도 '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