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에 시작한 맨땅 헤딩 스포츠 산업 입문서
- 세 가지 길 중 하나, 견디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많이 들어본 질문.
아직 내세우긴 초라한 이름이지만,
늘 불안한 길이기에 그 어떤 답이라도 받고 싶어하는 분들이 질문을 보내온다.
저도 서른이 넘어서야 시작한 길입니다. 힘내세요.
그런데 정말 말 그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더라. 막막하게.
프로 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구체적인 질문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떤 업무든지 좋다고들 한다. 일단 들어갈 수만 있다면.
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뭐든 할 수만 있다면.
그 질문을 던진 사람에게 먼저 세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는 했다.
1. 그만두기.
스포츠 산업은 비슷한 능력과 경력을 가진 다른 분야 사람들과 비교했을때 적은 돈을 받는다.
어디든 스트레스가 없겠냐마는, 그토록 좋아하던 일에 치를 떨게되는 사람이 참 많다.
이른바 워라밸은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꿈꾸는 자리는 심각하게 적다.
대한민국에 프로야구팀 단장이 열명 뿐이다.
그런데 단장만 열명 뿐일까? 운영팀장도 열명 밖에 없다.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밀려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스포츠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취미일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며 굳이 해야겠냐고 되물어보았다.
2. 전문직
스포츠에도 전문직이 유리하다.
회계를 공부해 회계사가 되어 스포츠 팀의 회계사가 될 수도 있고, 물리치료사가 되어 팀의 건강을 책임질 수도 있다.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에이전트는 대부분 변호사이며, 하다못해 웹 개발을 할 줄 아는 것이 스포츠 시장 취업에 더 유리하다.
더 버틸 수 없긴 했지만, 의대를 중퇴한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같은 이력서라도, 내 이름 앞에 Dr.가 붙어 있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3. 견디기
내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지막 길이자, 대부분의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해당되는 길일테다.
견뎌야 한다. 기회가 올때까지.
어떻게든 <옆에서 비비며> 견뎌야 한다.
제목 "꿈의 구장 청소부"는 그런 의미다.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을 살짝 바꾸어, 청소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바닥에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포츠야 말로 인맥이 기회를 만드는 곳이기에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 앞에서, 작은 일에도 성실하고 꾸준한 나를 증명해야 한다.
스포츠 산업에서 처음부터 기발함과 개성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견디면 기회가 오지만
슬프게도 기회가 올때까지 견디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견뎠는지,
어떤 실패를 했고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기회를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는지
얘기해 보려 한다.
부디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