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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May 01. 2023

메타발 대상승 <2021.10>

            








‘메타버스’와 ‘NFT’.

아주 오래전, 페이스북이 한 VR 회사(오라클)를 인수했다는 소식으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메타버스가 재택근무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한편 ‘NFT’라는 단어는 누군가 NFT 그림을 팔아 수억 원을 벌었다는 뉴스로 처음 접했다. 그 후 NFT를 활용한 고릴라 그림과 게임 아이템들, 그리고 의류회사들이 출시한 NFT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던 2021년 10월,

큰 이벤트가 보였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명(社名)까지 바꾼다는 뉴스, 그리고 국내 게임회사들(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이 실적 발표를 한다는 뉴스. 기가 막히게 돈 냄새를 잘 맡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큰 회사들이 이 시대의 새로운 흐름인 메타버스와 NFT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들이 메타버스와 NFT를 자신의 사업에 접목할 거라고. 만약 그렇다면야 메타버스와 게임 관련 주식은 물론이고 메타버스와 게임과 관련된 코인들도 크게 상승할 거라고. 아, 희망으로 가득한 시나리오였다.               




나도 동감.

그들의 시나리오를 신뢰했다. 하지만 몰빵은 피임기구 없이 섹스를 하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여태까지 나의 똥 같은 직감이 틀린 예측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10월 말에 가지고 있던 이더리움을 모두 매도하지 못하고 70%만 매도한 다음 메타버스와 NFT와 관련된 코인들을(디센트럴랜드, 샌드박스, 보라) 샀다. (반면 네이버 제페토의 ‘라인’과 카카오의 ‘클레이튼’, 그리고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이체한도에 걸려 많이 사지 못했다.)              




'메타' (출처: 유튜브)




그리고 2021년 10월 28일 새벽.

페이스북이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공개했다. ‘메타(Meta)’였다. 브라보! ‘메타’라니 너무나 노골적인 이름. 저커버그가 말했다. “we’re going to talk about the metaverse”. 뜯어먹을 고기가 던져졌고 메타버스 관련 코인들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흥분했다. 몇 분 만에 30%씩 올랐다. 예측이 맞아 들어가는 걸 본 나는 나머지 이더리움을 모두 팔아 디센트럴랜드와 샌드박스를 더 샀다. 주저하는 바보처럼 덜덜 떨지 않았다. 여기서 승부를 보고 투자를 그만두고 싶었으니까.   

          





     




순수한 기쁨, 아마도 최고의 순간. 

10월 28일에서 10월 30일 동안 오르는 건 오직 메타버스 코인과 NFT 코인뿐. 다른 코인은 우울한 파도를 굴리며 바닥만 핥았다. 내가 가진 모든 숫자가 빨갛게 물들었고, 내가 가진 숫자의 자릿수가 바뀌었다. 삼 일 동안 대기업 연봉을 손에 쥐었다. 믿을 수 없었다. 가슴이 방망이질해댔다. 상승장 특유의 멀미로 황홀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깊은 호흡을 했다. 습-후, 습-후, 습-후.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한 것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지금 생각해도 그 상승이 테이퍼링-양적 긴축-금리 인상을 앞둔 시장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는지, 실리콘 밸리 특유의 유토피아 정신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이는 코인과 NFT 시장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서 시장을 살찌울 수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코인과 NFT로 만든 캐릭터, NFT로 만든 그림, NFT로 만든 신발의 가치가 땀 흘리고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보다 비싸다는 현실도 이해할 수 없다.         



  

뭐, 세상이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승리감이 압도했다. 세상의 주인공이 나이며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나라고 느꼈다. 딱 며칠간만. 뼈아픈 실수를 한 건 다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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