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다시피,
팬데믹은 경제 핵폭탄이었다. 많은 게 쓰러졌고 많은 게 사라졌고, 모두가 경악했고, 모두가 고통받았다. 그리고 이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돈이 풀렸다. 그러자 수많은 학자와 경제인들이 이 역대급 돈 풀기에 대해 수군거렸다. 인플레이션이 오냐 안 오냐로. 의견 다른 그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동안 경제는 터널의 시커먼 아가리로 들어갔다. 불확실했던 시간. 터널의 끝에서 결국 우리가 마주한 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이었다.
숫자가 말해줬다.
2021년 미국 CPI 6월 5.0%, 9월 5.3%, 12월 6.8%. 40년 만에 보는 숫자들,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처음 보는 숫자들이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명언을 남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여유를 잃었고, 인플레이션은 안 온다고 주장했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고,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던 이코노미스트들은 의견을 바꿨다. 함정에 빠진 표정, 결백한 표정으로.
이로써 미래가 드러났다.
신화 속에만 있을 것 같았던 인플레이션가 다시 왔다. 웃기는 일이었다. 2020년 직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는 낮은 물가를 걱정했으니까.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이 맞았다. 세계 BC(Before Corona) 와 AC(After Corona)로 나뉜 게 확실했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괜찮다.
경제가 좋아서 돈을 잘 쓴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이렇게 높은 인플레이션은 건강하지 않았다.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식료품 값은 폭등시키고, 서민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임금이 오르고, 기업이 부담을 느낀다. 그리고 정권의 지지율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 다시 중앙은행이 나설 차례였다.
다른게 아니라 ‘물가 안정’ 위해. 사실 낯선 임무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을 뿐, 원래 모든 중앙은행은 높은 물가를 때려잡아야 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다. 즉 돈만 푸는 게 아니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야말로 중앙은행의 본질이요 정체성이다.
풀었던 돈을 다시 빨아들이면 된다.
밀물과 썰물처럼. 그러면 물가는 잡힌다. 지나친 물가를 다스릴 훌륭한 회초리는 첫째, 금리 인상이요, 둘째, 양적 긴축이었다. 2021년 말, 물가가 치솟고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진단받았을 때, 연준을 비롯한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과 긴축을 슬슬 예고했다. 시장이 충격받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당시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유동성은 알았다.
단순했다. 금리를 인상하면 돈이 투자보다 은행 예금 쪽으로 흘러간다는 것. 중앙은행이 돈을 뿌리면 위험투자하기 좋은 시절, 돈을 다시 빨아들이면 위험투자하기 힘든 시절이라는 것. 단순한 로직. 금리를 올린다고 무조건 자산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투자금을 현금화를 했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2023년 지금,
나는 2021년 말에 했던 현금화가 좋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