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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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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도서관 창고에서 낡은 책들을 옮기고 있을 때 비트코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꺾이더니 그날 ‘-17%’까지 떨어졌다. 말로만 듣던, 본격적인, 코인 다운 하락이었다.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며칠 전에 모두 팔아치웠으니까. 한동안 속 끓였던 게 사라지니 속이 후련했다. 물론 손가락을 머리카락에 박고 쥐어뜯는 누군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생각을 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언제든지 그들처럼 될 수 있었으니까.




돈은 은행 계좌로 옮겨놨다.

들쭉날쭉했던 숫자가 움직임을 멈추자 끔찍한 씨름이 끝난 것 같았고 따스한 허무가 찾아왔다. 현금은 평화 그 자체였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이겠지만 살면서 가져본 적 없는 숫자였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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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으로 사랑의 열매에 기부를 했고, 백화점에 갔다.

옷과 신발, 겨울 코트와 캡슐 커피 머신, 겨울 패딩, 다이슨 드라이어를 샀다. 무거운 물건은 택배로 부쳤고 손에 쥐가 날 것 같은 쇼핑백을 가지고 다니며 혼자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주려고, 오만 원권이 아니라 괜히 만 원권으로, 봉투가 터지도록 돈을 쑤셔 넣었다. 대신 내가 쓰레기 같은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건 숨겼다. 더러운 비밀처럼 간직했다.


테슬라로 벌었으면 덜 쪽팔렸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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