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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 문제는 '기술혁신'이야, 바보야

해자 VS 기술혁신

1. 해자(垓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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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투자자는 기업이 가진 진입장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워렌 버핏은 이를 ‘경제적 해자(Moat, 垓子)’라고 표현했다. 해자란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성 주위를 판 경계를 말한다. 해자가 없는 성은 적에게 쉽게 점령당한다. 해자가 없는 기업은 경쟁자에게 쉽게 점령당한다. 즉, 해자가 있는 기업은 경쟁력을 보호하며 살아남을 수 있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가진 진입장벽(해자)란 무엇이 있을까?


첫째, 규모의 경제.

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원가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즉, 신규 진입한 경쟁자가 아무리 서비스와 제품을 따라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싸게 팔 수 있으므로 승리할 수 있다.


둘째, 자본력.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면 경쟁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다. 예를 들어 커피 산업보다 제약 산업이 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신약 개발을 위한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셋째, 차별된 제품

핸드폰 산업에 신규 진입한 기업은 애플과 삼성보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려면 막대한 예산,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며, 이미 명확한 승리자가 있는 시장에서 고객을 뺏어오려면 광고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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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유통채널.

기존 업체들이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있다면, 신규 진입 기업은 제품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도, 팔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신규로 아이스크림 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장악한 기존 아이스크림 기업을 이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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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기타 원가 우위

독점 지식, 특허, 입지, 원자재 확보 면에서 신규 진입 기업은 기존 업체보다 매우 불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규 진입 기업은 이미 수많은 과학자와 논문을 보유한 AI 기업, 이미 수많은 특허를 가진 가전 기업, 이미 수많은 금광을 보유한 금광 회사를 이기기 어렵다.


여섯째, 정부 규제

정부가 신규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유틸리티나 통신 산업 등은 정부의 진입 규제로 인해 일반 기업이 진출할 수 없고, 나라 간의 패권 전쟁 중에는 정부가 상대국 기업에 높은 관세를 부여해 신규 진출을 막을 수 있다.





2. 경제적 해자는 고루한 개념이다?



경제적 해자는 고루한 개념이야



2018년 테슬라 주주총회.

머스크는 테슬라의 급속 전기충전소를 다른 전기차 업체에도 돈을 받고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한 애널리스트가 "왜 경쟁력 있는 해자(垓子)를 포기하려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머스크는 “경제적 해자는 고루한 개념이다. 진짜 중요한 건 혁신의 속도다”라고 발언하며 버핏의 투자 철학을 반박했다. 그는 경제적 해자가 기업이 혁신 없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만드는 ‘수동적 방어’라고 봤다. 워렌 버핏이 좋아하는 코카콜라와 시즈캔디처럼.


일론 머스크 테슬라.png 성문을 통과한 일론 머스크


시대가 바뀌었다.

머스크에게 버크셔 해서웨이는 가만히 앉아서 현금흐름을 빨아들이는 구시대적 존재였다. 테슬라는 전기차(EV) 시장에서 브랜드나 독점보다 빠른 기술 개발(배터리 효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경쟁자들을 앞섰다. 이는 현대 경제에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입증한다.


한편,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산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해자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테슬라의 장기적 성공을 의심했다. 그는 테슬라가 혁신적이라도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에서 포드나 GM 같은 전통 제조업체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머스크는 트위터로 “버핏의 해자는 낡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조롱을 덧붙였다. “버핏의 캔디 회사(See’s Candies)를 이기겠다”.








하지만 머스크는 경제적 해자를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버핏의 해자는 단순히 정체된 독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애플은 혁신(아이폰)과 브랜드 충성도를 결합해 강력한 해자를 구축했다. 테슬라 역시 배터리 기술과 자율주행 AI로 경쟁자와 차별화하며 해자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혁신의 속도는 해자의 하위 요소로, 머스크가 비판한 ‘고루한 해자’는 버핏의 개념과는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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