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가다] 역(逆) 키신저 전략은 통할까?

중국과 러시아: 역사상 가장 가까운 친구


역사상 가장 가까운 친구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Old arbat street.jpg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Old arbat street)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Old arbat street). 서울로 치면 홍대 같은 곳이다. 화가는 캐리커처를 그린다. 관객들은 연주자 앞 기타 케이스에 현금을 던진다. 건물엔 주코프 장군이 있다. 벽에는 빅토르 최가 있다. 그들이 사랑하는 시인 푸시킨 동상과 그의 신혼집이 있다.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Old arbat street) 시진핑과 푸틴




그리고 두 남자의 사진이 있다. 시진핑과 푸틴. 그들은 핸드폰 매장 아이돌 입간판처럼 서 있다. 아이돌처럼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인기는 아이돌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줄을 섰다. 시진핑과 푸틴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다.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Old arbat street) 시진핑과 푸틴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Old arbat street) 시진핑과 푸틴
















두 나라가 가까운 친구라는 걸 보여주는 삽화였다. 실제로 2023년 갤럽 조사에서 러시아인 71%가 중국을 지지했다. 사상 최고치였다. 짝사랑은 아니었다. 2024년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CISS) 조사에서 중국인 66%가 러시아를 호의적으로 생각했다.



판다와 불곰. 둘은 특대 사이즈의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지금까지 40번 넘게 만났다.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의 국가를 신뢰한다. 시진핑은 러시아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른다. 푸틴은 중국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른다. 2022년 2월 4일. 우크라이나 침공 3주 전. 두 지도자는 공동 성명을 냈다. ‘한계 없는 관계’라는 말이 나왔다.




"Relations between Russia and China are superior

to political and military alliances of the Cold War era.

Friendship between the two States has no limits,

there are no ‘forbidden’ areas of cooperation."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냉전 시대의 정치·군사 동맹보다 우월합니다.

양국 간 우호 관계에는 한계가 없으며, '금지된' 협력 분야도 없습니다.)


_February 4, 2022 China-Russia Joint Statement

(2022년 2월 4일 중국-러시아 공동성명)





우정의 시작: 국경 분쟁 해결



China_USSR_E_88.jpg 2004년 최종 국경 합의 이전에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서 분쟁이 있었던 구역




중국과 러시아. 이 사회주의 동지들은 1950년대부터 미세하게 찢어졌다. 서로를 증오했고 불신했다. 전환점은 1989년이었다. 고르바초프가 중국에 갔다. 덩샤오핑을 만났다. 긴장이 녹았다. 이후 그들은 해묵은 골칫거리를 해결했다. 바로 ‘국경 분쟁’이었다. 1991년, 장쩌민이 모스크바로 갔다. 국경 분쟁 일부를 끝냈다. 이 합의는 1996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이어졌다. 좋은 관계는 궤도에 올랐다. 2001년, ‘선린우호 협력 조약’을 맺었다. 2004년, 국경 분쟁을 완전히 정리했다. 증오로 물든 역사의 한 토막이 끝났다. 영원할 것 같았던 빡빡한 마찰이 끝났다. 이제 서로 4000km에 달하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할 필요가 없어졌다. 두 국가는 신뢰를 쌓으면서 시진핑 시대를 맞이했다. 2013년, 시진핑은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러-우 전쟁: 힘들 때 더 강해진 우정



힘들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였다.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그들은 더 가까워졌다. 그들의 우정에는 경제, 정치, 군사, 모든 게 버무려져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때리자 세계가 러시아를 때렸다. SWIFT 배제, 기업 자산 동결, 은행 자산 동결, 국고채 거래 중단, 원유 수입 금지, 원유 가격 상한제, 수출 규제, 항공 제재, 자본 시장 차단 등등. ‘경제 핵폭탄’이었다. 모두가 러시아 경제는 죽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쓰러진 건 유럽 경제였다. 러시아 경제는 버텼다. 러시아 GDP는 2023년 3.6%, 2024년 4.1%를 찍었다. 군사 지출과 군수산업이 덕분이었다. 그리고 에너지를 사준 특대 사이즈의 친구들 덕분이었다. 그중 하나가 중국이었다.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 무역을 키웠다. 2022년, 러시아산 원유, 석탄, 천연가스를 대규모로 수입했다. 2023년,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에 석유를 가장 많이 보냈다. 2024년, 중국은 620억 달러어치 러시아 원유를 사며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기름 판 돈으로 러시아는 경제적 죽음을 뒤로 미뤘다.



프로젝트-C-005.jpg 중국 해관총서 데이터



중국은 러시아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다. ‘침공’ 대신 대신 푸틴의 단어를 썼다. ‘특별 군사 작전’. 중국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NATO의 동진이 전쟁의 원인이라 했다. 러시아의 안보 우려는 정당하다고 했다. 지정학적 안녕을 위협하는 건 오히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의 꼭두각시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중국이 군사적 도움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3년, 월스트리스 저널이 보도했다. 중국 국영 방산업체가 러시아에 항법 장비, 전파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을 보냈다고. 2025년, 젤렌스키가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준다고. 그 증거를 확보했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주우크라이나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우려를 표명했고, 전쟁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역(逆) 키신저' 전략



Kissinger_Mao.jpg 키신저와 마오쩌둥



“두 적을 뭉치게 하는 적대적인 자세는 현명하지 않다” 2022년, 헨리 키신저가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바이든이 중국과 러시아를 친구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키신저는 냉전 때 중국-소련 갈등을 활용했다. 닉슨의 중국 방문, 중국과 미국의 파트너십은 그의 작품이었다. ‘현실주의자’ 키신저는 2023년 타계했다.



키신저가 죽고 1년 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바이든은 연필, 트럼프는 연필 뒤에 달린 지우개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지워졌다. 2025년 2월 12일, 트럼프가 푸틴과 90분 동안 통화했다. 종전 협상의 신호였다. 2025년 2월 28일,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개싸움이 벌어졌다. 젤렌스키가 떠나자 백악관 SNS 계정이 말했다. ‘AMERICA FIRST’.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전쟁이 아니라는 신호였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거리를 둔다. ‘제2의 처칠’ 젤렌스키를 ‘독재자’라고 부른다. 러시아에 부드러운 제스처를 보여준다. ‘독재자’ 푸틴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외교 전문가들은 그의 의도를 이렇게 읽었다. ‘러시아와 다시 친해지겠다. 러시아와 중국의 우정을 깨겠다. 중국을 다시 고립시키겠다.’ 전문가들은 세련된 이름을 붙였다. ‘역(逆) 키신저 전략’.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담당 수석 보좌관이었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가 말했다. “완전한 화해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러 제재를 풀면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중국은 불안해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말했다. "나는 러시아가 중국의 하급 파트너가 되고, 중국 의존성이 너무 커 중국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상황은 결코 러시아에 좋은 상황이 아닐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전 세계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4년짜리 대통령

'중-러'는 시간이 증명한 우정



'역키신저' 전략은 성공할까? 러시아가 중국과 멀어질까? 러시아는 서방으로 복귀할까?

2024년 10월 22일 카잔 크렘린. 시진핑은 푸틴을 만나 말했다. “격동하는 국제 정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깊고 지속적인 우정은 변함없을 것이다”. 2025년 1월 21일, 트럼프 취임 직후 푸틴이 시진핑에게 전화했다. “우리 관계는 정치적 요인이나 국제 환경에 의존하지 않는다.” 2025년 5월 9일, 모스크바 승전 기념일. 11번째 러시아 방문에서 시진핑은 두 나라의 유대감이 깨질 수 없고 두 나라는 강철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시진핑은 푸틴 옆에 앉아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러시아와 친해져서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계획. 그럴듯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말은 쉽다. 새로운 백악관은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러-중 관계는 시간이 증명한 우정이다. 4년짜리 미국 대통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진지하다. 그들은 일극주의를 향한 반감을 공유한다. 푸틴은 배신을 용납하지 않으며, 러시아와 중국이 뭉치는 건 전 세계 근본을 바꾸는 사건으로 본다. 그들이 뭉치면 서방과 맞설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일극주의가 무너지고 새로운 노선이 생기고 있다고 본다.





불화의 씨앗:

유럽, 중앙아시아, 무역 불균형


물론 이 바닥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배신도 우정의 일부다. 이 게임의 묘미다. ‘한계 없는’ 우호 관계가 지속적인 애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불화의 씨앗은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다. 유럽, 중앙아시아, 무역 불균형이 우정의 약한 고리다.



약한 고리 1: 유럽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했다. 여기에 과실과 상실이 있다. 중국은 싸게 석유와 가스를 샀다. 러시아라는 에너지 안보를 얻었다. 하지만 유럽이 중국에서 멀어졌다. 역풍이었다. 중국에게 유럽은 핵심 무역 파트너이며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의 핵심이다. 시진핑은 러-우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는 고객관리를 위해 유럽 순방을 했다. 중국 정부는 유럽 눈치를 보고 중-러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기분을 잡쳤다.



약한 고리 2: 중앙아시아

러시아는 다섯 나라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생각한다. 구소련 국가였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존재를 대체하고 있다. 2000년, 중국이 이 다섯 나라에게 수입한 물건은 러시아의 4분의 1도 안 됐다. 2020년에 러시아 수입의 두 배를 넘었다. 다섯 나라로 향하는 중국의 수출도 증가했다. 193억 달러 규모였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약한 고리 3: 무역 불균형

2020년, 중국의 1인당 명목 GDP가 러시아를 앞섰다. 2021년, 중국 경제는 러시아의 10배가 됐다. IMF 전망에 따르면 2027년 중국 GDP는 30조 달러다. 러시아는 2조에도 못 미친다. 중국은 러시아 무역(수입 및 수출)의 18%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중국 무역(수입 및 수출)의 2%를 차지한다. 이 불균형은 러시아를 불편하게 한다. 2022년 3월, 안드레이 코지레프 전 러시아 외무장관은 중국 지도자들을 '무자비한 사업가'라고 칭하며 "중국은 결코 러시아를 동등한 파트너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투덜거렸다.


그나마 러시아 영향력이 있는 곳은 에너지다. 중국이 러시아 석유, 가스, 석탄의 큰 고객이다. 하지만 장기적 전망은 어둡다. 중국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다. 2010년 석유와 석탄은 중국 에너지 소비량의 약 87%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그 비중이 76% 미만으로 감소했다. 2010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소비는 전체 소비량의 9%였지만 2020년에 16%까지 올라왔다. 향후 러시아의 중요성이 쪼그라들 거라는 건 명확하다.



미국은 이 흐름을 바꾸기 힘들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게 '서방'은 '나쁜'이란 형용사와 동의어다.

하지만 불화의 씨앗이 언제 발화할지 모른다. 약한 고리가 흔들릴 때 미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 참고 자료

-[What Are the Weaknesses of the China-Russia Relationship?]

https://chinapower.csis.org/china-russia-relationship-weaknesses-mistrust/

-[How Has the China-Russia Relationship Evolved?]

https://chinapower.csis.org/history-china-russia-relations/

-[China’s alignment with Putin is uneasy. But its rivalry with the US makes him too useful to abandon]

https://www.chathamhouse.org/2024/05/chinas-alignment-putin-uneasy-its-rivalry-us-makes-him-too-useful-abandon

-[Putin and Xi discuss strengthening Russia-China ties after Trump's inauguration]

https://www.euronews.com/2025/01/21/russias-putin-and-chinas-xi-emphasise-close-relations-as-trumps-second-term-begins

[Xi shows he wants to be close to Putin - but not too close]

https://www.bbc.com/news/articles/c753ng233nvo

[Thirty years of China–Russia strategic relations: achievements, characteristics and prospect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10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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