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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Jan 30. 2023

IMF외환위기 (2):낙오자<2021.7.15~31>








하지만 당신들도 알다시피,

세상은 흉흉해진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경제가 흔들렸다. 그리고 한국도.    



       

1997년 1월 23일 

한보철강이 시작이었다. 대우가, 기아가, 진로가, 해태가 허물어졌다. ‘줄줄이 부도’는 겨울까지 이어졌다. 김영삼 지지율은 6%. 바닥을 기었다. 김영삼은 대국민담화문으로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영삼 대통령 대국민 특별담화 (출처:MBC)




그리고 1997년 11월 21일, 

한국의 부총리는 이렇게 발표했다. “우방 국가와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IMF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하였습니다.” 결국 IMF가 쓰러진 한국에 산소마스크가 되어주었다. IMF는 대선 전에 유력한 후보 3명(이회창, 김대중, 이인제)에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약속(구조조정과 긴축정책)을 지키겠다는 각서를 원했다. 얼마 후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3당의 대선후보들도 IMF에 ‘무릎’을 꿇었다.” 약속이 이뤄진 것이다.           




그때쯤이었다. 

부모의 꿈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가. 당시 그들은 새 집으로 이사 중이었다. 결국 고급 샷시와 가구 몇 개를 포기했다. 당연해보였던 중산층 진입은 커녕 모두가 벌벌 떨며 직장을 다녔다. ‘부활’의 축복과 달콤한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난감한 타이밍에 가족이 늘었으니까. 자신만만한 했던 둘, 그들은 흉흉해진 세상 앞에서 움츠렸고 사나워졌다.        



  

삶은 더 험하고 더 잔인해졌다.

많은 기업들이 도태됐고, 해고자와 노숙자가 쏟아져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 어떤 부자는 나락에 떨어졌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 하지만 현금 부자들은 기회를 잡았다. 폭락한 자산을 싸게 매입했다. 훗날 그것이 그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줬다. 엄마가 읽은 구절처럼.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마저 빼앗기리라(마태복음 25:29)."           




누구나 중산층을 꿈꾸던 시절, 

국민의 75%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 그러니까 한국의 황금기는 그렇게 끝이났다. 그때 각자의 인생 팔자가 분명하게 갈렸다. 위기에서 기회를 잡아 도약한 자와 위기에 발목을 잡혀 생존하기에 급급했던 자로. 우리는 후자였다.              




그림 하나를 상상하곤 한다.

그때 부모의 삶을 담은 그림을. 붓으로 그린 그 그림은 섬세하지 않은, 순간의 인상을 담은 그림인데, 그곳에 한 가족이 탔던 눅눅한 난파선 하나가 해변에서 조용히 썩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중년 둘은 세 가지 소원을 다 써버린 것처럼 지쳐있고, 난감한 숨을 쉰다. 그 옆에는 어른의 세상을 모르는 어린 짐승들이 해맑게 뛰어놀고 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작은 무덤 하나가 옆에 있다.      








2022년 6월 2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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