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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11. 2023

델타 변이 바이러스 (2) <2021.2~10>








설렘을 숨길 수 없었다. 
 ‘화이자’니, ‘모더나’니, ‘아스트라 제네카’니 하는 것들이 사람 팔뚝에 들어간 날부터, 갈망과 실망 사이에서 방황하던 사람들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전에는 상상할 용기도 안 났던 것들. 가족은 휴가를, 식당은 손님을, 학교는 대면 수업을, 정부는 거리 두기 완화를 슬슬 준비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이 델타에게 가지 않았지만 결국 델타가 한국으로 왔다. 4월, 델타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물컵에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세면대에 반지를 떨어뜨린 것처럼.          



여름부터 술렁댔다. 

델타의 고삐가 풀린 것이다. 델타의 격렬한 도착을 알린 건 숫자였다. 숫자들이란 얼마나 솔직한지! 어제의 기록을 산산조각 내는 막대그래프가 줄줄이 세워졌다. 7월엔 전일대비 1000여 명, 8월엔 전일대비 2000여 명, 9월엔 전일대비 3000여 명. 막대 안에는 진실과 당혹이 모두 담겨 있었다. 다시 대유행으로 접어들었다는 진실과 당혹이.     




오리지널과 변이의 원투펀치 이후,

코로나의 마침표는 우리를 희롱하며 멀어졌다. 그리고 익숙한 풍경은 계속됐다. 정부의 지지율 하락, 희망만 주는 존재를 미워하는 사업자들, 세월아, 네월아, 월세야를 부르며 사업을 붙잡고 있는 자영업자들,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까맣게 타들어간 속, 출혈하고 있는 사업을 붙잡고 있는 그 미련, 민심이 흔들리자 추경을 서두르는 정치권, 거리 두기를 연장하며 침방울과 장사의 핏방울을 맞바꾸라고 요구하는 질병관리본부, 결국 터져버린 경제의 실핏줄, 스스로를 경제전문가로 자처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뭉친 야당의 의원들, 전문가 표정을 하며 변이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쇼 닥터들, 고글 자국이 선명한 의료진, 임시선별소의 줄과 열심히 경쟁하는 백신의 줄. 투자로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마스크를 끼고 클럽에서 빵댕이를 흔드는 사람들, 룸살롱에서 적발되어 경찰에게 인도되는 사람들. 똑같은 풍경이었다.          







허무했다.

그간의 성취가 내리막길로 굴러갔다. 논의되기 시작했던 거리 두기 완화 방침은 아주 짧은 해빙기처럼 지나갔다. 절망보다 외로운 게 희망이었다. 사람들은 다시 긴장과 단념의 기운으로, 자신의 운을 시험했던 사람들은 격리시설로, 행복한 상상을 했던 상점들은 어둠으로, 자신감을 되찾을 뻔한 정부는 가시밭길로 돌아갔다. 그게 제자리인 것 마냥.




한편, 10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다.

금리를 내린 뒤 1년 3개월 만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서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불어난 가계부채와 자산 가격 급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했다. “금융 불균형은 하루아침에 시정되는 것이 아니고 늦으면 늦올수록 대가를 크게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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