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제 올드스 Olds Feb 12. 2023

인플레이션 논쟁 (1) <2021.2~2022.7>








2013년, 서머스와 크루그먼은 비슷했다.  

미 연준(FED)이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시점을 두고 고민할 때였다. 서머스는 테이퍼링이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 주장했다. 이유는 2008년의 위기(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이에 폴 크루그먼이 반겼다. “나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해왔다. 그가 나보다 더 명확하다”. 크루그먼도 미국 경제가 장기 불황을 피하려면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둘은 사이좋은 한 쌍의 커플처럼 보였다.          




2021년 3월 바이든의 부양책이 통과됐다.

1.9조 달러 규모였다. 미국은 트럼프의 부양책과 합하면 이미 5.5조 달러를 쓴 셈이었다. 거기다 바이든 정부는 1.2조 달러의 인프라 예산과 3.5조 달러의 복지 예산도 통과시키고 싶어 했다. 추가 예산의 이름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부양책을 두고 서머스와 크루그먼이 한판 붙었다.          




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하버드 대학 교수



서머스는 부양책을 비판했다. 

규모가 국가생산(GDP)보다 많고, 한꺼번에 자금이 쏟아진다고. 한 달 소득보다 5배가 넘는 지원금을 주는 이번 정책은 지난 40년을 통틀어 가장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이는 우리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국가 경제위원장과 재무부 장관을 지닌 하버드 교수의 따가운 쓴소리였다.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노벨 경제학 수상자




크루그먼은 부양책을 옹호했다. 

지금은 전시상황이니 이것을 ‘부양책’이 아니라 ‘재난 구제책’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으면 지출이 아니라 저축을 할 것이고, 지방정부는 천천히 돈을 쓸 거라고. 오히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고, 한국전쟁 이후에도 막대한 지출을 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었다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의 묵직한 반박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머스에게 언론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단어를 하나 남겼다. ‘멍청이(idiot)’.        



  

그래서 늙은 두 학자 중 누가 이겼나? 

누가 더 경외 받을 경제학자였나? 누가 더 멍청한 놈이었나? 서머스가 이겼다. 크루그먼이 ‘멍청’했다. 말도 안 되는 수치들이 나왔다.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내가 틀렸다" 폴 크루그먼의 칼럼 (출처: 뉴욕타임스> 

 



크루그먼은 반성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했다. 제목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나는 틀렸습니다’(I Was Wrong About Inflation). 그리고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내가 틀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물가 상승이 나타났다”. 그리고 같은 토론에서 서머스는 이렇게 말했다. “물가가 2%를 넘어 올라갔음에도 여전히 모든 것이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지난 1년 6개월은 ‘멍청’했다(foolish)고 본다”.     







작가의 이전글 델타 변이 바이러스 (2) <2021.2~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