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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12. 2023

인플레이션 논쟁 (2) <2021.2~7>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 

세상에는 충동과 비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그렇게나 아득하다. 인생을 되돌아 볼 때마다 자신이 예전에 싸질러 놓은 말들이 오만해보이고 바보 같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불확실한 삶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우리는 오점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말했다.

경제 좀 안다고 설치는 얼간이들이 아니라 미국 연준 의장 제롬 파월과 미국 재무 장관 재닛 옐런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 말이었다. 파월 의장은 네 가지 이유를 말했다. 첫째, 팬데믹 초기에 물가 하락이 컸기 때문에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온 것이다. 둘째, 휘발유 가격이 뛰었다. 셋째, 백신 보급과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확대되었다. 넷째, 코로나로 인한 공급 장애가 발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원인들은 사라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잠잠해져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거라 말했다.      



   

그들은 진실에 다가가지 못했다.

복잡한 세계는 예상을 쉽게 피해 갔다. 공급망 장애, 바이든 부양책,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0년 만에 최악의 물가 상승’을 만들었다.      




제롬 파월 (출처:Washington Post)


재닛 옐런 (출처:CNBC)

   



그들은 동전이 뒤집듯 자세를 바꿨다. 

재닛 옐런이 말했다. “지금 인플레이션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후회했다. “당시 나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자신과 파월) 모두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제롬 파월은 자신이 뱉었던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지속될 거라고. 




사람들은 변화를 배신으로 간주했다.

혹자는 인플레이션이 코로나와 푸틴 탓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파월이 세상을 X 같이 망쳐놓았다고 욕을 했다. 연준의 존재 이유가 다름 아닌 '물가 안정'이었으니까. 인플레이션은 정치권에도 악재였다. 물가 상승이 거세질수록 바이든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22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똥줄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제롬 파월 조롱 짤(밈)




겨울은 봄이 치우고, 여름은 가을이 치운다.

그리고 부풀려진 화폐의 거품은 긴축정책이 치운다. 2021년과 2022년, 충격적인 CPI(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를 받아든 연준은 먼저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을 앞당겼다. 그다음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을 시행했다. 그리고 급격하게 튀어 오른 물가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눌렀다. 2022년 3월 '0.25%' 인상, 5월 '0.5%' 인상, 6월 '0.75%' 인상, 7월 '0.75%' 인상, 9월 '0.75%' 인상, 11월 '0.75%' 인상, 12월 '0.5%' 인상. 2021년 연초 '0.25%'였던 기준금리는 연말 '4.5%'로 무려 18배나 상승했다.           




그동안 자산 시장의 거품이 꺼졌다.

악마가 예수를 보듯 자산 시장의 돈이 도망갔다. 파월은 자신이 존경하는 ‘폴 볼커 (Paul Volcker, 제12대 연방준비제도 의장)’를 언급하며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본질적인 임무를 강조했다. 개판으로 망가진 경제 상황에서는 자신이 ‘돈 복사기(Money printer)’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 ’라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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