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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16. 2023

공급망 병목 <2021.1~9>








코로나가 문명의 목을 조르던 2020년,

죽을 것 같은 기업들은 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렸고 직원을 잘랐고 공장을 고물처럼 방치했다. 암울했다.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백신이 등장했던 2021년,

선진국이 먼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냈다. 그중 몇몇 나라가 코로나를 누그러뜨리는데 성공했다. 승리감이 압도했다. 예수님 기다리듯 기다렸던 일상이 돌아왔다. ‘봉쇄 해제’라는 큐 사인이 떨어지자, 집에 처박혔던 은둔자들은 대범하게 펍, 식당, 백화점, 경기장으로 가기 시작했다.         



  

지갑은 쉽게 열렸다. 

무서울 게 있었을까? 저축도 했겠다, 정부가 보조금도 쥐여줬겠다, 자산(주식-코인-부동산)도 올랐겠다, 억눌렸던 소비가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이었다.     



     

하나, 주문량은 밀려드는데 물건이 없었다.

왜? 부품이 없었으니까. 왜? 부품은 개발도상국에서 만드니까. 그게 어째서? 개발도상국의 도시와 공장은 봉쇄됐으니까. 선진국은 기가 막히게 유능한 제약회사와 백신을 가졌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러지 못했다. 감염은 평등했으나 백신은 평등하지 않았다. 백신이 없는 나라는 공장 가동은커녕 장례도 못 치를 정도로 시신을 매장하기 바빴다. 설령 공장을 다시 가동할 수 있어도 코로나 동안 기업이 숙련된 노동자를 자르고, 설비 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느렸다. 







둘, 운송 시스템이 망가졌다.

코로나 동안 해상운송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항만 노동자들을 줄인 상태였다. 그래서 밀려드는 물건에 비해 일하는 사람이 적었다. 배는 둥둥 떠다니며 대기했고 컨테이너는 쌓였고 물건은 찔끔찔끔 들어오고 나갔다. 게다가 항만에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하면 며칠 동안 모든 작업이 멈추기 일쑤였다. 육지 쪽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봉쇄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지자 트럭 운전사가 부족했다.     



      

세계 경제라는 큰 몸뚱이는 절뚝거렸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의 덩치가 계속 커져갔다. 자동차에 들어갈 반도체가 없어서 신차 출고는 1년이 걸렸다. 신차가 없어서 중고차 값이 뛰었다. 햄버거에 양상추가 빠졌고 감자튀김도 못 만들었다. 커피 원두 값이 올랐다. 택배용 상자에 쓸 골판지가 부족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공급 병목 현상’이라 불렀다. 

좁아지는 병(bottle)의 목으로 비유한 말. 우리는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큰 엔진들이 진짜 누구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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