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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19. 2023

인플레이션 헤지 <2020.4~2021.11>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됐다.

갠지스 강에 시체가 쌓이고, 태평양에 플라스틱과 마스크가 쌓이고, 자산 시장에 돈이 쌓였다.    



      

2021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문턱까지 찾아왔다.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튀어 올라 적정 수준인 ‘2%’를 넘었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는 줄어든다. 만 원으로 커피 3잔을 사던 걸 2잔밖에 못 산다. 가만히 있어도 거지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짜증이 난다. 까딱하면 국민에 의해 정권이 뒤집힌다. 







물가를 잡으려면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 

돈을 거둬들이는 주인공은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이 가진 대표적인 카드는 금리 인상이다. 금리가 높아야 기업과 사람들이 돈을 은행에 넣어두며 돈을 함부로 빌리지 않는다. 은행이 돈을 유혹해 가둬서 잠그는 꼴이다. 이것이 돈을 귀하게 만들고 돈의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고용과 투자와 소비를 꺾는다. 그리고 빚이 많은 기업과 가정을 파산시킨다. 마치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처럼. 그래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금리 인상을 하겠다는 건 경제적으로 자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파월 의장은 이렇게 약속한 적이 있었다. 

“고용회복(경제성장)이 우선”. 성장 없이 금리 인상은 없을 거라는 말이자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서라도 경제 회복이 우선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물가 상승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물가 안정은 미국의 중앙은행이 가진 중대한 임무였으니까. 돈을 거둬들일 준비를 해야 했다. 찜찜한 문제는 지랄맞은 델타 변이가 등장해 막 회복되는 경제를 다시 조져대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사람들과 기업에게 빚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신중해야 했다. 연준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긴축 타이밍을 노려야 했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위험을 일찍 감지했다.

자신이 가진 돈의 가치가 떨어질 거라는 위험을. 나쁜 예감은 점점 현실이 되어갔다. 물가는 튀어 오르고 있었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해주는 존재(연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물가를 방‘치’하고 있었고, 이 와중에 미국 대통령은 돈을 더 풀겠다고 떠벌리고 다녔으니. “현금은 쓰레기다(Cash is trash)”라는 말이 다시 유행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이 말은 일찍이 이런 꼴을 예상한 브리지워터 CEO 레이 달리오의 말이었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선택한 전략은 ‘헤지’였다. 

헤지(hedge). 우리 모두 헤지를 한다.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는 보험에 가입하고, 누구는 저축을 한다. 외교도 마찬가지.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인도-호주는 중국과 경제 파트너를 맺는 동시에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맺는다. 투자도 마찬가지. 경제가 불확실할 때 주식을 담는 동시에 원자재도 담는다. 이는 위험을 분산하려는 ‘헤지(헤징)’ 전략이다.          



 

비트코인과 금 




돈의 이동이 시작됐다.

충격(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는 분산이었다. 시기는 각자 달랐다. 누구는 정부가 돈을 풀 때부터, 누구는 CPI가 솟을 때부터 시작했다. 방향도 각자 달랐다. 누구는 돈을 금으로 바꿨고, 누구는 은으로, 구리로, 원유로, 백금으로,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투자자 각자는 달랐지만 중앙은행이 자기 할 일을 할 때까지 자기 돈은 자기가 지키겠다는 뜻은 같았다.        



   

그래서 성적은 어땠나?

세계가 돈을 풀던 2020년 3월부터 미 연준이 돈을 거둬들이는 첫 단추인 ‘테이퍼링’을 시작한 2021년 11월 전까지 월봉 종가 기준으로 보면 금은 1596달러로 시작해 1784달러로 마감했다. 은은 14.1 달러에서 23.9 달러로, 구리는 2.2달러에서 4.3달러로 (계약 단위 2만 5000파운드 기준), 원유(WTI)는 20.4달러에서 83.5달러로, 비트코인 6427달러에서 61330달러로 마감했다. 



금 가격 (출처: 인베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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