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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1. 2023

군중심리 (1) <2021.8>









매일 아침,

9시에 가까워지면 재채기가 나오기 전의 고요함으로, 손바닥에 나는 땀으로 가득했다. 매일 아침, 대담한 충동과 어젯밤 꾸었던 꿈이 나를 채웠다. 9시. 그 시간이 출발선이었다. ‘준비 땅’ 하면 코인들이 말(馬)처럼 달려가기 시작했다. 갈망과 실망이 샘솟는 경마(競馬)처럼. 내가 산 코인이 앞서간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앞서가면 앞서가서 불안했고, 뒤처지면 뒤처져서 절망했다. 이건 윷놀이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잡고 잡히고, 먹고 먹히고, 기쁘고 두려운 게임이었다.       



    

‘대세 따르기’가 전략이었다.

그러니까, 바짓가랑이 붙잡는 마음으로 1등 붙잡기. 그뿐이었다. 가장 많이 오르는 거라면 가장 많이 오르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꽤 괜찮은 전략인 줄 알았다.           







열심히 사고팔았다.

일어나서 커뮤니티 확인하고, 출근할 때 사고, 화장실에서 사고, 점심 먹고 나면 더 오르겠지 하고는 또 사고, 저녁 먹을 때 다시 커뮤니티 확인하고, 그리고 잘 때 팔고.   


        


결과? 

초반엔 분명 재미를 봤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드물게 벌고 자주 잃었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시장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         



 

매번 비슷한 패턴. 

‘뾰족하게 솟는 차트’ → ‘흥분하는 나’ → ‘득달같이 추격하는 나’ → ‘내가 사니까 떨어지는 가격’ → ‘손절’ → ‘자책’ → ‘뾰족하게 솟는 또 다른 차트’ → ‘손실금을 복구하겠다는 생각’ → ‘우왕좌왕하다가 그걸 사는 나’ → ‘또 내가 사니까 떨어지는 가격’. 아, 그럴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잡치던지! 훨훨 나는 새를 잡았더니 갑자기 새가 내 어깨에 똥을 싸지르고 도망간 느낌이었다.      




고점 매수 저점 매도.

기가막힌 엇박자. 그 시각적 고통은 참기 힘겨웠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돈을 쓰레기통에 버린 날이면 하루 종일 돈에 병들고, 돈에 멍든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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