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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1. 2023

군중심리 (2) <2021.9~10>








이 게임은 독특했다.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눈먼 양 떼처럼 우르르 휩쓸렸다. 사람들이 모인다고 더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바보가 됐다. 그들 각각은 똑똑할지 모르나 그들 덩어리는 단순해 보였다. 차라리 똘똘한 몇 명이 수천 명보다 똑똑할 수 있는 기이한 게임이었다.          





300원에서 10000원까지 올랐던 누사이퍼 (출처: 업비트)





아, 내가 그랬다는 말이다.

차트를 머리가 아니라 눈으로만 봤다. 내 눈에 급등하는 차트는 항상 자극적이었다. 그래서 계속 따라갔다.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이었을까? 다수가 되면 묘한 안전함을 느꼈다. 물론 다짐도 해봤다. 다시는 급등하는 차트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귀신에 씐 것처럼 다시 손을 댔다. 결국 자기혐오만 가득한 자책과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분노만 남았다.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



지능의 문제였을까?

아니. 제아무리 배운 놈들도 이 게임에서는 야만인이 된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도 그랬다. 만유인력과 미적분의 아버지가 남해회사 주식 추격매수를 하다가 케임브리지 대학 200년 치 연봉을 날렸다.

위대한 작가,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Mark Twain)도 그랬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가 주식으로 전 재산과 부잣집 아내의 재산까지 날렸다. 정말이다. 이 게임을 시작해 보니 그동안 배운 합리적인 사고는 잊혔다. 그리고 남들이 가지고 놀기 쉬운 바보가 됐다. 이 게임 안에 사람을 전염시키고 사람을 복종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성도 잃게 하고 돈도 잃게 하는 그 무엇.



           










일기를 보면 조지 오웰의 일화가 떠오른다.  

1930년대, 그는 미얀마(버마)에서 경찰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루는 코끼리가 시장을 부수고 사람을 죽였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오웰은 현장으로 갔다. 그곳은 이미 구경을 하러 온 원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림잡아 2,000여 명. 오웰은 코끼리를 찾았다. 하지만 의외로 코끼리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저 온순하게 풀 더미만 씹어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오웰은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흥분한 건 군중들이었다.

모든 흥분과 기대가 오웰에게 쏟아졌다. 그들은 영국에서 온 멋진 경찰이 총을 쏘길 바랐다. 오웰은 총을 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웰은 압도적인 무언가를 느꼈다. 그래서 마지못해 방아쇠를 당겼다. 코끼리를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 몇 발을 더 쐈다. 그건 그의 계획도, 그의 의지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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