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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2. 2023

느낌 매매 <2021.9>











나에게 느낌은 항상 중요했다. 

느낌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저 남자가 들고 있는 핸드폰, 저 여자가 든 핸드백, 그들의 책, 반지, 시계, 말투, 목소리, 그들이 가진 핏줄과 머리카락을 눈과 귀에 담았다. 그런 껍데기들을 조각처럼 모으면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생겼다. 그 빈 공간을 상상과 느낌으로 채워 넣었다. 그러면 가상의 인물이 만들어졌다. 그걸로 사람을 예상했다.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하지만 난 사람 보는 눈이 없었나 보다.

실제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오랜 시간 지내다 보면 나의 상상과 느낌에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대범해 보였던 인물은 소심했고, 차가워 보였던 사람은 따뜻했고, 성욕이 없어 보였던 인물은 변태였고, 돈이 없어 보였던 인물은 부자였다. 나는 깨달았다. 뜬 눈으로 꿈을 꿨구나.   



       

하지만 실수는 계속됐다. 

무언가를 어설프게 알게 되면 그 빈 공간에 느낌이 비집고 들어갔다. 내가 어설프게 알고 있을 뿐이라는걸, 결국 부질없는 착각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느낌으로 무언가를 좋아하게 됐다. 결국 어설프게 알아서 저 학과와 저 직업이 사랑스러워 보였고, 어설프게 알아서 저 사람과의 깊은 관계를 꿈꿨고, 어설프게 알아서 저 작가, 저 연예인, 저 정치인을 좋아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게 다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 잡소리는 그만하자. 




문제는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느낌으로 퉁쳤다. 이름이 귀여워서, 로고가 마음에 들어서, 차트 모양이 나에게 손을 흔드는 모양이어서, 차트 모양이 미학적으로 아름다워서, 어제 올라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괜히 느낌이 좋으면 돈을 걸었다. 기대와 희망을 듬뿍 담아서 ‘아 이번엔 느낌이 좋아’라고 중얼거렸다. 뭐, 그러곤 매번 느낌에 당했다. 얼간이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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