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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3. 2023

미신(징크스) 매매 <2021.9>








스키너의 비둘기 미신 실험.

스키너는 15초마다 작은 먹이가 하나씩 나오는 먹이통을 설치했다. 그리고 15초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관찰했다. 많은 비둘기가 먹이가 나오기 전에 특정한 행동을 반복했다. 어떤 비둘기는 동그랗게 원을 돌았고, 어떤 비둘기는 구석에서 머리를 박았고, 어떤 비둘기는 머리를 까딱거렸다. 비둘기들이 자신만의 미신(징크스)을 가지게 된 것이다.      




스키너의 비둘기 미신 실험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현실은 예측할 수 없는 스릴러다. 미쳐 날뛰는 우연의 세계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와 규칙이다. 만약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라면 우리는 쉽게 무기력함에 빠진다. 두려운 세상에서 무기력함은 불쾌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미신을  만든다. 그걸로 사건을 해석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인간은 비둘기와 다를 바 없다.

어부들은 휘파람을 불면 폭풍우가 밀려온다고 믿었다. 과거 미국인들은 비를 내리기 위해 땅을 갈 거나 하늘에 전쟁용 화포를 쏘아댔다. 아즈텍인들은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사람 몸을 갈라 심장을 꺼내서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쳤다. 유럽의 마녀 사냥꾼들은 여자를 잡아 손발을 묶어 물속에 던져서 마녀를 판별했다. 물속에 가라앉으면 무죄, 떠오르면 유죄, 유죄면 화형이었다.    



       

오늘날 스포츠에서도 징크스가 많다.

리오넬 메시는 빨간색 리본을 착용하고, 라파엘 나달은 바지와 어깨와 코를 만진다. 이치로는 경기 전에 아내가 만든 카레를 먹는다. 누구는 시합 전에 냉장고를 정리하고 누구는 머리를 다듬는다. 누구는 시합 전에 발톱을 깎고, 누구는 발톱을 깎지 않는다.          




나도 규칙을 만들었다.

수염, 부적, 시간, 숫자, 카드의 색깔, 핸드폰 안 보기, 전날 밤에 꾼 꿈. 온갖 것들을 동원하며 내 꼴리는 대로 인과와 패턴을 만들었다. 막대그래프의 몸통이 짧아지고 길어지는 현상이 나의 수염에게, 내가 낀 목걸이에게, 내가 꾼 꿈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환상’에 빠졌었다. 흔히 도박꾼이 갖는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었다.




수학자 파스칼의 말을 나에게 해주고 싶다.

“확률 게임의 승패는 패턴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항상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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